[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체감기온 40도에 육박하는 가마솥더위와 끝없는 열대야까지, 올여름 역대급 폭염에 한반도가 신음하는 그야말로 재난 상황입니다.
대프리카로 불리는 한국의 대표적 폭염도시
대구에는 해마다 거액이 투입돼 갖가지 폭염대책이 시행 중이지만 과연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립되고 집행되는지 의문입니다.
TBC는 경북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대구의 동네별 더위 실태를 분석한 '대프리카 폭염 취약 지도'를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태양 복사량을 비롯해 11개 데이터를 종합해 폭염 위험도를 살펴봤는데
남효주, 서은진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남효주 기자]
태양의 열기를 잔뜩 머금은 아스팔트.
도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행인들은 걸으면서도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
벤치에 앉으려면 40도를 넘는 온도를 견뎌야 합니다.
바닥에 세워둔 아이스크림이 형체를 잃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대프리카 도심의 모습입니다.
밤낮 없는 폭염의 공습에 심신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진경미/ 대구시 비산동]
"가만히 있어도 땀이 저절로 나니까요, 가만히 있어도. 그리고 에어컨을 틀어도 막 너무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우니까. 작년보다는 올해 더 많이 더운 것 같아요."
[CG/T]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0년 동안 대구의 평균 폭염 일수는 23.3일, 전국 평균 9일의 2.6배에 이릅니다. [OUT]
특히 올해는 폭염 일수가 벌써 33일에 달해 연평균 수치를 이미 넘어섰고, 열대야도 16일이나 이어졌습니다.
[스탠딩]
"그러니까, 대구 시민들은 1년 중 한 달가량을 폭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대프리카', 대구에서 가장 폭염에 취약한 곳은 어디일까요?"
TBC는 경북대 위치정보시스템학과 연구팀과 함께
대구 무더위 실태를 분석해 '대프리카 폭염 취약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태양 복사량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토대로 유소년과 노인 인구 비율, 건물 밀집도, 폭염 저감 시설 분포 그리고 버스 정류장과 횡단보도 위치까지.
모두 11가지 데이터를 종합해 폭염 취약 지역을 추출하고 군위를 제외한 대구 8개 구군, 204개 동의 폭염 점수를 매겼습니다.
[CG1] 먼저 구군별로는 폭염 위험 지수 100을 기준으로 중구가 79로 가장 더위에 취약했습니다.
서구가 72, 달서구 51, 남구가 50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산림, 하천과 인접한 북구, 동구, 달성군은 상대적으로 폭염에 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G2] 하지만 폭염 위험 지수 상위 5% 지점을 추출하면 동구가 6곳으로 가장 많았고, 달서구와 달성군이 5곳, 북구와 서구 각각 4곳 순이었습니다.
대구 전체로 보면 건물 밀집도가 높고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이 폭염에 취약했지만 지점별로 분석하면 폭염 사각지대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원희 / 경북대 위치정보시스템학과 교수]
"이 지도는 단순히 온도 정보를 시각화하는 기존 지도와는 차별화됩니다. 폭염에 취약한 아동, 노인 등 다양한 인구 집단과 관련된 데이터를 분석해, 폭염의 영향을 수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합니다."
[스탠딩]
"그렇다면 폭염 취약 상위 1%에 해당하는 고위험군 동네는 어디인지 서은진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서은진 기자]
동대구역 인근 동구 신암지하차도,
지하차도에서 나온 주민들이 내리쬐는 햇볕을
양산과 부채로 막으며 힘겹게 걸어갑니다.
연구팀이 분석한 지하차도 일대 폭염 위험 지수는
무려 99.7로 대구에서 가장 더위에 취약한 지역으로 지목됐습니다.
태양 복사량이 35도를 넘는 데다 인근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있어 유소년 유동 인구가 많지만, 폭염 저감 시절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기림, 성지훈 /경북대 위치정보시스템학과 연구원]
"여기서 봤을 때 제일 빨간색 부분은 상위 1%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했는데 유소년 인구라든지 노인 인구라든지 건강 취약 계층이 (많고)
쿨링포그나 그늘막같이 (폭염) 저감 시설이 부족한 지역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달서구 한샘초등학교와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일대도 폭염 위험 지수가 각각 99.1과 98.7로
대구 폭염 취약 지역 상위 1%에 들었습니다.
한샘초등 인근 횡단보도는 그늘막이 아예 없고
유가초등 인근에는 일부 신호등에만 그늘막이 설치된 상황입니다.
[이혜민 / 달서구 한샘초등 인근 주민]
"저기 보시면 아실 텐데 햇빛이 직광이라서...
파라솔 하나도 설치가 안 돼 있잖아요. 그래서 많이 더워요."
대구염색공단과 인접한 비산7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은지 40년을 넘는 저층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노후 주택단지로 차로와 인도 구분 없이 깔린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스탠딩] 이 지역은 보시는 것처럼 가로수가 없는데요. 동네를 다니며 더위를 식힐 그늘 한 점이 없는 겁니다.
연구팀이 산정한 비산7동 폭염 위험 지수는 최고치인 100에 육박하는 99.1입니다.
[서구 비산7동 주민]
"공원도 없고 가로수도 좀 부족하고 그리고 공단에서 나오는 열도 좀 있고 그래서 더욱더 안 덥겠나..."
이 밖에도 북구 관천중학교 인근 상가와 주택 지역 폭염 위험 지수가 98.6을 기록해 폭염 취약 상위 1%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대구 안에서도 동네에 따라 폭염 위험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취약 지역 주민들을 보호할 맞춤형 대책이 시급합니다.
TBC 서은진입니다. (영상취재 이상호, 노태희 CG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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