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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공사에 '항일의 숲' 쑥대밭
박철희 기자 사진
박철희 기자 (PCH@tbc.co.kr)
2026년 02월 23일 09: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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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덕의 한 마을 숲에 있던 수백 년 고목들이 하천 공사 도중 뿌리째 뽑혔습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무시한 마구잡이식 공사 탓인데 이 곳은 항일 의병장의 유적지이기도 했습니다.

박철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영덕 하천에 공사가 한창입니다.

총사업비 315억 원 규모 축산천 재해예방 사업입니다.

그런데 현장 주변으로 아름드리 나무 10여 그루가 뿌리를 뒤집은 채 누웠습니다.

거대한 몸통은 파이고 부러져 속살을 드러냈고 뿌리 부분도 생기를 잃은지 오래입니다.

왕버들의 밑동 둘레는 4.3미터,

서 있을 때 높이는 30미터에 달했다는 게 주민 이야기입니다.

[이경식 / 영덕군 축산면 상원리 이장 “(벌채된) 나무 수령은 350년, 400년 된 나무도 있고 그 다음에 수령이 적은 것들이 150년 정도 되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마을 북쪽에 위치해 허한 기운을 막아주고 보호림 성격으로...” ]

수백 년 마을을 지킨 노거수들이 지난 달(1월) 말 공사 때 뿌리째 뽑힌 겁니다.

당초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 과정에서 지장목으로 분류돼 주민 협의를 거쳐 제거하기로 했던 나무는 30년생 미만 8그루였습니다.

[서동석 / 공사업체 현장 소장 “하천 연계 부분에 저희가 시공해야 하는 부분하고 간섭이 되다 보니까 저희는 단지 보상을 받았다고 착각을 해서...”]

이처럼 한눈에 봐도 수령이 수백 년 된 나무들을 30년생 나무로 착각해 잘못 제거했다는 해명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벌채하기로 했던 건 버드나무가 아니라 느티나무와 몇몇 유실수였습니다.

사업 주체인 경북도는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제대로 된 실태 파악도 못한 상태였습니다.

[김성욱 / 경북도 수자원관리과 “이 부분(공구)에 대해서 공사 일시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이고요. (향후) 대구지방환경청과 협의를 통해서 조치 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훼손된 마을 숲은 역사적인 의미도 갖춘 장소입니다.

1906년 일제에 맞서 의병을 일으킨 신돌석 장군이 바로 이곳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장군을 소개한 영덕군의 홈페이지에도 이런 내용이 기록돼 있고 인근의 신돌석 장군 기념관에는 아예 지도와 사진까지 넣어 이 사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김용식 / 영남대 명예교수(조경학),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 “아무리 우리의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식생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오래된 나무와 숲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생태적으로 가장 건강하고 다양성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환경청은 업체에 원상복구 등의 이행조치명령을 하고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고 했지만 나무를 되살리는 게 불가능한 만큼 결국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게 됐습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CG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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