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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없이 일해”...소규모 현장 '체불 사각지대'
박가영 기자 사진
박가영 기자 (going@tbc.co.kr)
2025년 11월 07일 2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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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대구.경북 지역 아파트 건설 경기 악화로 일감이 줄면서 노동자들이 소규모 현장으로 몰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현장에서 임금 체불 피해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규모 현장에서선 근로계약서조차 없이 일을 해 피해 입증이 쉽지 않아 대책이 시급해 보이는데, 그 실태를 박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사가 멈춘 반려동물 동반 캠핑장 조성 현장.

공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시설 곳곳에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넉 달간 이곳에서 토목공사와 거푸집 작업을 한 A 씨.

첫 달을 제외하곤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이 현장에서만 A 씨를 포함해 4명이 돈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체불액이 2천6백만 원에 이른다고 주장합니다.

[A 씨/임금 체불 노동자 "다음 달 된다. 돈이 된다. 그러면 또 믿고 또 일을 해주고. 한 달 벌어서 생활을 해야 되는 사람들인데 석 달 이렇게 연체가 되니까 집에서도 지금 많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공사를 시킨 원청 건설사는 임금을 주기 위해 사채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돈을 구하기 어렵다고 해명합니다.

[해당 현장 원청 대표 "나는 빨리 돈을 주고 해결해야 되는데 은행 대출이 막혀버리니까 사채를 해서 빌리든 일단 정리를 해서 그렇게 개업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파트 건설 경기 불황으로 최근 소규모 현장에 건설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임금 체불 피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 들어 건설노조에 접수된 대구.경북 지역 피해는 7건, 이중 절반이 넘는 4건이 미해결 상태입니다.

규모가 작은 현장엔 '오야지'로 불리는 중개인으로부터 일감과 임금을 받는 불법 하도급이 만연해 있는데, 이들이 중간에서 임금을 가로채거나, 잠적을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실제 지난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80%가 임금 체불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재선/전국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조직부장 "억울한 상황이 생겨도 억울한 상황을 얘기하지 못하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다음 고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는지 계속 요구하고 관리를 하고 감독을 해야 되는 문제고."]

문제는 대형 건설 현장과 달리 소규모 현장은 법적 구제를 받기가 더 어렵다는 점입니다.

고용 불안 탓에 대부분 근로계약서 없이 구두로 임금을 책정하다 보니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힘든 겁니다.

[구강미/대구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개선1과 감독관 "임금의 다툼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실때 서면으로 된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셔야 되고, 근로자분들 체불 피해에 대해서는 노동관서에서 체불금품 확인안을 발급해서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노동당국이 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침을 밝혔지만, 임금 체불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TBC 박가영입니다.(영상취재 김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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