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의 도시재생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1단계 목표는 달성했지만, ‘걸어서 생활이 가능한 도시’라는 본래 취지에서는 여전히 멀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도시재생이 완료됐다고 분류된 지역조차 기초생활 인프라의 보행 접근성이 국가 기준에 미달하는 시설이 절반을 넘어서며, 정작 주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편익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도시재생사업은 단순히 집을 고치고 골목을 정비하는 차원을 넘어 돌봄·교육·복지 등 생활 인프라를 주민이 도보로 이용 가능한 거리 안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국가 기준은 어린이집·경로당 250m, 유치원·초등학교·소매점·공영주차장 500m, 도서관·생활체육시설·근린공원 750m, 약국 1천m, 의원 1천250m 이내 접근을 ‘보행 가능한 생활권’으로 정의합니다.
한국도시지리학회지에 실린 ‘대구시 도시재생사업 지역을 대상으로 한 기초생활 인프라의 보행 접근성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재생이 완료된 대구 9개 지역의 기초생활 인프라 접근성을 100m 격자 단위로 분석한 결과, 보육·교육·공영주차장 등 주민 생활의 핵심 인프라가 국가 최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이 7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도시재생 완료지역의 공영주차장 평균거리는 966.3m로, 9곳 중 7곳에서 공영주차장이 기준 500m를 크게 초과했습니다. 특히 대명동·이천동은 평균 접근 거리가 1.5㎞를 넘어 기준 대비 3배 이상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치원 평균거리는 610.5m로 9곳 중 7곳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평균거리는 505.2m로 9곳 중 6곳이 미달 판정을 받았습니다.
반면 의원·약국·소매점 등 민간생활시설은 대부분 기준 내에 있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양호했습니다.
이는 도시재생이 ‘생활 SOC 확충’보다는 ‘물리적 정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도시재생의 목표는 주민 생활의 격차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분석 결과는 ‘걸어서 이용 가능한 생활 SOC’라는 정책 목표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대부분의 도시재생 대상지는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는 인구 취약 지역이지만 보육·교육 인프라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도시재생이 오히려 ‘인구 유출’을 막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진은 “도시재생이 완료된 지역이지만 절반 이상의 기초생활 인프라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도시재생이 ‘물리적 정비’ 중심에서 ‘보행 기반 생활권 구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대구는 2014년부터 도시재생 선도도시로 지정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골목길은 정비되고 노후 주거지는 새 옷을 입었지만, 주민이 실제로 누려야 할 생활 인프라의 접근성은 여전히 ‘도보권 밖’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도시재생의 최종 목표는 건물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고치는 것입니다. 주민이 걸어서 공원에 가고, 아이를 맡기고, 병원을 찾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대구의 도시재생은 ‘재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완성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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