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날씨
'천년 전 영빈관' 월지, 다시 만나다
박철희 기자 사진
박철희 기자 (PCH@tbc.co.kr)
2025년 10월 19일 20:50:14
공유하기
[앵커]
APEC에 열리는 경주는 천년 전 이미 화려한 국제도시였습니다.

외국 사신에 연회를 베풀던 곳, 바로 동궁과 월지였죠.

여기에서 나온 진귀한 유물들을 전시하는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이 1년 반 만에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낮 밤 가릴 것 없이 관광객이 이어지는 경주의 이른바 핫플레이스인 월지,

그 시작은 신라 문무왕 때인 674년, 궁궐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와 새,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는 겁니다.

신라 패망 이후 오랜 기간 방치됐던 이곳에
발굴 조사가 벌어진 건 반세기 전인 1975년,

유물 3만3천여 점이 쏟아졌습니다.

화려한 문양의 금동판불과 초 심지를 자르는 금동가위, 14개 면에 당대 놀이 문화를 새겨넣은 주령구가 잇따라 출토됐고 뻘밭에서 썩지 않고 살아남은 목선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같은 신라 왕실의 진귀한 유물들이 1년 반 만에 돌아왔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이 리노베이션 작업을 거쳐 이번에 다시 문을 연 겁니다.

대표 전시 유물은 8세기 제작된 걸로 보이는 '십석입옹'(十石入瓮) 항아리로 열 섬, 지금으로 치면 7백 리터 정도를 담을 수 있다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삼국통일 이후 고구려.백제 유민들을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차별 없는 징세를 뒷받침했던 도량형이 중요했던 걸로 보입니다.

[이현태 /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도량형이 들쑥날쑥하면 백성들의 고통이 커지기 마련이었죠. 그래서 그런 고통이나 백성들의 불만들을 잠재우기 위해서 왕실부터 먼저 앞장서서 도량형을 잘 지키겠다는 지배층의 의지가 담겨 있는...”]

한반도 고대 유물 가운데 유일한 ‘수중 화분’인 귀틀은 보존 처리를 거쳐 실물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출토 당시 우물과 관련된 줄 알았지만 뒤늦게 용도가 드러난 사례입니다.

에이펙을 앞두고 관심이 모아진 건 교류의 흔적들입니다.

월지 대표 유물 가운데 하나인 초심지 가위는 일본 왕실 보물창고인 쇼소인의 가위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다만 신라 가위가 돌기 모양 장식을 비롯해 더 세련되고 정교한 만큼 쇼소인 가위는 신라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합니다.

엄지와 검지를 맞댄 전법륜인을 한 금동판불들은 7,8세기 중국,일본의 부처와 비슷한 모습이고
동물뼈 위에 정교하게 새긴 '꽃을 입에 문' 새들은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궁궐과 전각, 진기한 동,식물들로 가득찼던 당대의 월지는 국제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이현태 /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원조 APEC 정상회의 공간이 동궁과 월지였던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월지 서쪽에 있던 임해전이라고 하는 전각에서 (고려) 태조 왕건을 대접했는데요. 거기서도 알 수 있듯이 월지 주변의 건물들이 귀한 손님들을 대접하는 영빈관이었다고...“]

미공개 유물 6백여 점을 포함해 모두 1천8백여 점을 선보이는 월지관,

APEC 기간 시작될 신라 금관 특별전과 함께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을 경주박물관으로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CG 김세윤)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

주요 뉴스

최신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