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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관 절반 '갑질 피해'...과제.심부름
손선우 기자
2025년 10월 14일 08: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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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0명 중 7명 '갑질 가해자'
계약 연장 볼모로 잡혀...구조적 문제
전수조사.가이드라인 강화 요구


 

“의원이 이래도 되나요? 지난해 7월, 대구 달서구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는 “달서구의회의 한 의원이 정책지원관에게 개인의 대학원 과제를 시켰다”며 “정책지원관이 의원의 개인 비서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이 된 해당 구의원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정책지원관에게 과제 검수를 부탁했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정책지원관과 동료 의원들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특정 지역만의 일이 아닙니다. 전국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절반 이상이 ‘갑질’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책지원관은 공무원 신분의 전문 인력으로,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 수집과 조사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전국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1,93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290명 가운데 52.1%가 ‘갑질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가해자 유형으로는 지방의원이 76.4%로 가장 많았고, 일반직 공무원도 60.8%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응답은 9.7%에 불과했고, ‘못 했다’는 응답이 42.4%로 4배 이상 많았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정책지원관의 업무 범위를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지만, 응답자의 60.8%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지방의원의 갑질 사례로는 출퇴근 운전기사 노릇, 자녀의 등하굣길 운전, 학업 과제 대리 수행, 정치적 중립의무에 해당할 수 있는 정당 홍보물 제작 및 정당 활동에 필요한 발언물 작성, 대학원 입학 자기소개서 대리 작성, 성희롱·성추행 등입니다.

공무원의 갑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업무 대리 수행, 회식 강제 참석, 의원에게 전달하기 어려운 말 대신 전달하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근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는 ‘계약 기간’(51%)이 가장 많았고, 이어 ‘조직문화’(44.1%), ‘일반직 공무원과의 관계’(29.9%), ‘담당 의원’(28.1%) 순이었습니다.

한 응답자는 “사실상 계약 연장을 볼모로 잡혀 있어, 공무원이 일을 떠넘기거나 의원이 사적인 일을 시켜도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익명이 보장되는 설문이라도 응답하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은 “행정안전부가 나서 정책지원관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갑질 신고 채널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면서 “가이드라인에 정책지원관의 본연 업무 외에는 수행할 수 없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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