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추진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첫 탐사 시추 결과에서 경제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인 가스 포화도가 기준치를 한참 밑돈다는 정밀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자원개발 업계에선 꾸준한 시추를 통해 탐사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하지만 정부가 내년 탐사 예산을 0원으로 처리한데다, 민간 투자를 확보할 가능성도 낮은 실정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실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탐사 시추를 벌인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의 7개 유망구조 중 가장 규모가 큰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가스 포화도는 기준치인 40%에 한참 못 미치는 평균 6%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추 전에는 가스 포화도가 50~7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석유공사의 정밀 시료 분석 결과 석유나 가스 등 자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층 구조는 있지만, 근원암 층이 열적으로 성숙해 생성하는 가스가 아니라 생물체가 부패해 발생하는 가스로 확인됐습니다.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거란 기대가 공중분해 된 셈입니다.
첫 시추 결과를 정리하자면 석유·가스가 생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석유·가스가 될 수 있는 열적기원이 당초 예상했던 대왕고래 유망구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단독으로 1차 시추를 진행해 얻은 시료 1천700여개를 미국 지질구조분석 업체에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탐사종료 직후 “가스 징후는 발견됐으나 경제성이 낮다"라면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 측은 “이번 탐사시추를 통해 취득한 분석 결과를 활용해 면밀한 향후 탐사계획을 수립하고 탐사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원개발 업계에서도 6개 유망구조가 더 있는 만큼 최소 5공 이상의 시추가 필요하다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타국의 유전도 수십 번의 탐사시도 끝에 발견한 탓에 1차 탐사로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자원개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남미 최빈국이던 가이아나의 경우 스타브룩광구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초기 탐사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지만 14번 시추를 거쳐 성공했고, 노르웨이 북해 유전은 33번의 탐사시도 끝에 발견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단기 정치적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된 탓에 정권 교체와 맞물려 사업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국내외 민간기업의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개당 1천억원이 넘는 재원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때 대한민국은 산유국의 지위를 얻을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포항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21세기 최대 석유 개발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 110억 배럴보다 30억 배럴 더 많은 탐사 자원량입니다.
문제는 국내 자원개발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는 점입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설레발이 낳은 결과라며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여당이 된 지금은 내년도 시추 관련 정부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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