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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의 굴욕...거봉보다 싼 ‘명품 포도’
손선우 기자
2025년 10월 31일 10: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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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에 품질 저하…가격 폭락 불가피
경북 농가, 단일 품종 의존에 수익 급감
해외 시장도 한계…품질·신뢰 회복이 해법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과일계의 샤넬’, '포도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던 샤인머스캣이 지속된 가격 하락으로 거봉보다 저렴한 포도가 되며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포도의 주산지인 경북 농가들은 생산비 보전도 어려운 지경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11일 기준 2㎏당 평균 소매가격은 1만8천384원으로 1년 전보다 21% 떨어졌습니다. 한때 유행하던 2020년 4만7천860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급락한 수치입니다.

샤인머스캣의 가격 폭락은 거봉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합니다. 거봉의 2㎏당 평균 소매가격은 2만798원으로 샤인머스캣보다 2천414원 더 비쌉니다.

명품 포도의 추락은 경북 농가의 시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도 주산지로 꼽히는 경북의 포도 재배면적은 8천206㏊, 수출량은 3천726톤으로 전국의 56%, 78%를 각각 차지합니다. 이 가운데 샤인머스캣은 재배면적 4천829㏊(약 60%), 수출량 90% 정도를 차지할 만큼 단일 품종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한 농장 주인은 “2020년만 해도 수익이 7천 원까지 올랐는데, 이제는 2천5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문제는 공급 과잉에서 비롯됐습니다. 달콤한 맛과 독특한 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샤인머스캣은 고급 선물세트의 단골로 자리 잡으면서 농가들이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앞다퉈 재배에 뛰어들었습니다. 2017년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4%에 불과했던 샤인머스캣은 2022년 41%로 확대되며 캠벨얼리(29%), 거봉류(17%)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단기간에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정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지자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한 겁니다.

품질 저하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초보 농가도 재배가 쉽고 외관이 잘 변하지 않는 특성 탓에 농가들이 수확량만 늘리고 미숙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당도가 낮고 껍질이 질긴 상품은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했습니다.

경북도는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위해 신품종 개발과 해외 판로 개척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다른 신품종이 인기를 얻으면 농가들이 다시 단일 품종에 쏠리면서 공급 과잉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 시장 진출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재배 기술이 해외로 빠르게 퍼지면서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 수입 의존도가 낮아지고 수출길도 좁아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샤인머스캣의 추락은 국내 농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유행과 고수익만 좇다가는 장기적으로 시장이 붕괴하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의 입맛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해외 시장 확대만이 대안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품질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품’이라는 타이틀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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