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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못 잡고 해파리로 '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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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기자 (PCH@tbc.co.kr)
2025년 08월 20일 21: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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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포항 앞바다에 해파리떼가 극성입니다.

해파리만 가득 싣고 돌아오는 어선이 속출할 정도인데요.

해파리 수매 예산은 일주일도 안 돼 바닥났습니다.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새벽녘 포구로 정치망 어선이 들어옵니다.

가까이 가보니 배 안이 온통 해파리입니다.

플라스틱 박스마다 한가득 들어찼고 어선 바닥에도 해파리가 넘쳐납니다.

대부분 강한 독성을 가진 노무라입깃해파리,

밤샘 조업 끝에 돌아온 선장 얼굴엔 당혹감이 비칩니다.

[김종오 / 정치망 어선 선장 “요즘 매일 이렇게 많이 잡히는가요, 해파리가?” “네 네 네, 해파리 때문에 조업을 해도 고기가 없어요.”]

해파리떼가 몰려다니면 주변엔 어군이 형성되는 게 불가능합니다.

[김종오 / 정치망 어선 선장 “거기(정치망)서 고기가 놀아야 하는데 해파리가 많이 있으면 튀어 도망나가 버린다니까. 잡아온 고기가 없다니까, 전혀...해파리만 수북이 있는 거지,”]

다른 배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고기로 가득차야 할 수조는 텅텅 비었고 대신 해파리로 만선입니다.

겹겹이 쌓인 해파리 위로 고등어와 삼치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해파리가 뿜는 독소에 작은 고기는 죽고, 큰 고기는 신선도가 떨어져 내다팔 수 없는 것들입니다.

해파리 무게가 최대 2백 킬로그램에 달해 그물까지 찢어지는 이중삼중의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이대희 / 정치망 어선 선장 “(해파리 없을 때 어획고와)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지금... 15배에서 20배 정도 차이 납니다. 지금은 거의 잡는 게 없잖아요. ”]

해파리떼는 해마다 4-5월쯤 중국 연안에서 출현해 해류를 타고 우리 해역으로 들어옵니다.

포항 앞바다엔 지난달 말부터 급증했는데 몸집이 대형화되는 추세 속에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경북 동해안 시군들은 지난 주부터 킬로그램당 3백 원씩, 해파리 긴급 수매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포항시의 경우 책정된 예산 1억 5천만 원이 엿새 만에 바닥나면서 수매가 중단됐습니다.

[김동아 / 포항시 수산업경영인연합회장 ”(해파리 때문에) 조업을 지금 못 나가는 그런 부분도 있고 하니까 추가 수매를 해서 조업을 할 수 있게끔 우리 어업인들이...“]

피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경우 출현율 자체는 수온이 감소하면서 점차 줄어들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10월 초.중순까지는 지속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어업의 위기와 수산물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 해파리 피해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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