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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로 보는 신라...첫 연대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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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기자 (PCH@tbc.co.kr)
2025년 08월 08일 20: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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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탓에 기후 변화 심각성 실감하실텐데요, 고대엔 이런 기후 변화가 없었을까요?

목재 유물의 나이테를 분석해 1600년 전 신라의 기후를 복원하는 시도가 본격화됐습니다.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신라월성연구센터에 자리한 수중 수장고,

보존 처리를 앞둔 목재 유물들이 보관된 곳입니다.

연구원이 꺼낸 유물은 1600년 전의 목제 구조물, 나무 생장의 흔적, 나이테가 선명합니다.

[남태광 /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주무관 “(나이테는) 기후적인 요건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특히 강수량 같은 것들에 많이 좌우됩니다. 그래서 일종의 자연에 있는 (당대 기후의) 하드디스크다...”]

이 유물은 신라 왕궁인 월성 방어를 위해 축조된 해자, 그러니까 성벽 아래 물을 채운 못 유적에서 나왔습니다.

진공 상태인 진흙 뻘층에서 썩지 않고 긴 세월을 버틴 건데 해자를 지탱했던 구조물로 추정됩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월성 해자의 목제 구조물 30여 점의 나이테를 분석했는데 수령이 최대 130년, 평균 67년으로 참나무 종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가뭄이 심한 해에는 나이테 간격이 좁고, 비가 많을 때는 넓은데 이 간격과, 나무에 남은 산소동위원소를 일일이 측정하고 현재 경주의 나무들과 비교했습니다.

이를 연대가 이미 확정된 일본 야쿠시마 지역 삼나무의 산소동위원소 연대기에 대입하는 방법으로 307년부터 455년까지 149년 동안의 나이테 표준연대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당대 목재 유물에 1년 단위 연대를 부여하고 비가 어느 정도 왔는지도 알 수 있게 된 겁니다.

비가 많았던 해는 308년과 316년 등 11차례, 건조했던 해는 402년과 406년 등 8차례로 분석됐는데 특히 4세기에서 5세기로 갈수록 가뭄이 잦았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서정욱 / 충북대 목재.종이과학과 교수 (책임 연구자) “농경 위주 사회에서는 식량 문제하고도 직결이 되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연구) 기초 자료가 나이테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실제 가물었던 해로 추정된 406년의 삼국사기 기사를 보면 가뭄 때 주로 나타나는 황충이 창궐해 곡식을 해쳤고 겨울엔 얼음이 얼지 않았다고 돼 있는 등 사료에도 비슷한 내용이 일부 확인됩니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3천 년 안팎의 표준 연대기를 구축했고 우리도 12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 작성했지만 그 이전의 표준 연대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태광 /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주무관 “기후 변화가 지금 직면한 위기이지 않습니까. 이런 데에 대한 과학적 통찰과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데도 의의가 있고...” ]

나무가 담은 역사를 읽어내는 노력이 고고학의 새 지평을 만들고 있습니다.
TBC 박철희입니다. (영상취재 김명수 CG 김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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