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축산물 이력제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축산물의 유통단계를 모두 공개하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 이게 무용지물입니다.
판매업자가 제멋대로 이력번호를 조작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어디서 온 지도 알 수 없는
쇠고기가 투플러스 등급 한우로 버젓이
둔갑하고 있습니다.
집중취재, 안상혁 기자입니다.
[기자]
온라인 판매업체를 통해
투플러스 한우를 구입한 박종국 씨.
1.2킬로그램짜리 선물세트가
반값 할인에 14만 원대였습니다.
하지만 받아보니 마블링이 거의 없는
육우 수준이었습니다.
[박종국/한우 선물세트 구매자]
"투 플러스 같은 경우는 정말 아시겠지만 마블링 자체도 좋고 눈으로 봐도 다 아는 그 정도인데 이거는 그냥 완전 육우 2등급짜리 질 낮은."
이상했던 A 씨는
보건환경연구원동물위생시험소에
직접 시료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DNA 동일성 검사에서 불일치,
믿고 산 한우가 아닌
다른 고기였던 겁니다.
[박종국/한우 선물세트 구매자]
"오늘 이 시간까지도 지금 그런 업체들이 1천 팩씩 팔고 완판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이게.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속고 샀겠어요. 그게 안타깝다는 거죠."
알고 보니 이 고기를 판 곳은 대구에 있는 업체로
거짓표시로 행정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스탠딩]
"이런 거짓 표시와 같은 둔갑 판매를 막기 위해 정부가 2008년부터 축산물 이력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이력번호 12자리를 스마트폰앱에 입력하면
소의 개체 정보와 도축 정보, 등급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게
무용지물이란 점입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유통 구조 때문입니다.
[cg]사육과 도축, 포장처리, 판매 등 단계별로 정해진 절차가 공개되지만, 이력번호를 게시하는 건 가장 마지막인 판매 단계에 이뤄집니다.
부분육을 소분할하는 판매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른 고기로 바꿀 수 있는 겁니다.
[한우 판매업주]
"양심만 조금 버리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사장이 직접 붙이는 거다 보니까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이익을 보고 싶으면."
실제로 최근 3년간 이력번호 표시를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1,300여 건.
더 큰 문제는 판매 단계에서 바꿔치기한 고기가 어디서 온 건지 소비자가 전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음성변조)
"모든 시료를 다 분석해 놓으려면 저희가 추산하기로 1천억 원 정도는 있어야. 본질적으로 사기 치는 사람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이 있나."
유통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축산물 이력제에 구멍이 뚫리면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TBC 안상혁입니다. (영상취재 김도윤 CG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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