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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 101년, '조선인 대학살' 일본군 일기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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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박가영

2024년 09월 02일

[앵커]
지금으로부터 101년 전인 1923년 9월1일, 관동대지진이 일본 간토 지방을 덮쳤던 날이죠.

이튿날 일본 정부가 계엄령을 내린 이후
수천 명의 조선인이 일본인에 의해 학살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당시 일본군 병사의 일기가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누가 어떻게 조선인들을 살해했는지 자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단독 입수한 해당 일기의 전문,
(TBC) 박가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다이소 12년 일기’

이 낡은 책자는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 나라시노 기병연대 소속의 이등병, 구보노 스게지가 쓴 일기입니다.

1923년 7월부터 12월까지 100여 쪽의 기록은
무자비한 조선인 학살 현장을 생생히 담았습니다.

[김문길/한일문화연구소 소장(부산외대 명예교수)]
"병사가 직접 (작성한) 일기는 이게 처음입니다. 자경대에서 조선인들은 이렇게 죽였다 입으로 말하는 내용들을 일기로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혀있는 건 처음입니다."

[CG]관동대지진 다음날인 9월 2일,
일본 정부의 계엄령 선포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살포했다는 유언비어가 퍼졌다는 사실부터,

[CG]신요시하라 공원 500명을 비롯해
도쿄 일대에서 3500명, 후나바시에서 조선인 1200명이 희생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학살 당시 현역 일본 군인이던 가해자 이름까지 쓰여있단 겁니다.

[CG]기록에 따르면 9월 20일, 고마츠천에서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200여 명을 잔인하게 살해했는데

스게지는 가해자를 이와 나미 소위와 모치츠키 상병이라고 특정했습니다.

일본군이 군 내부에서도 조선인 살해 사실을 입단속 시켜 희생자 규모를 축소하려 한 정황도 나옵니다.

[김문길/한일문화연구소 소장(부산외대 명예교수)]
"(계엄사령부가) 조선인들, 중국인들 죽인 이야기를 절대로 하지마라 그래요. 절대로 하지마라 하니까 지금까지 어디에 몇 명이 죽고 어디에 묻혀 있는가를 알 수가 없는 거지요."

스게지의 일기는 그동안 후손이 보관해 오다
관동대지진 기록을 추적하던 김문길 소장이 현지에서 입수해 TBC에 사본 전문을 처음 공개한 겁니다.

일기에 언급된 조선인 희생자만 5천여 명, 국내외 학계에서 추정하는 희생자는 6천여 명에 달합니다.

문제는 관동대지진 대학살에 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조선인 피해자 명단은 408명.

2013년 국가기록원 기록을 통해 확인된 희생자 역시 210명에 불과합니다.

[김문길/한일문화연구소 소장(부산외대 명예교수)]
"지금 숨겨진 문서들이 아직 많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 기관을 만들어서 이 억울한 역사, 그러니까 관동대지진뿐만 아니라 강제징용 문제라도 이거를 좀 파헤치고..."

관동대지진이 일어난지 올해로 101년, 진상 규명은 아직 멀기만 하고 억울하게 숨진 수천 명 조선인의 원혼은 여전히 이역만리를 떠돌고 있습니다.
TBC 박가영입니다.(영상취재 고대승 CG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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