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여러분, 79번째 광복절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나라를 되찾은 기쁜 날이지만 올해만큼은
유난히 뒤숭숭한 8월15일입니다.
온 나라가 신임 독립기념관장 문제로
떠들썩하고 대구에서는 박정희 광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가열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어제(이틀 전) 들어선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표지판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문 이름이
국내외에서 써왔던 공식 이름과 다른 걸로 드러났습니다.
대구의 관문에 대구의 상징을 만든다던 대구시가
최소한의 기초 조사도 없이 사업을 진행한 셈입니다.
박가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동대구역 앞에 우뚝 선 표지판,
이제부터 이 곳이 박정희 광장이란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일부러 찾는 이도 눈에 띕니다.
[권영무/대전시 인동]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마침 (대구에) 왔으니까 일부러라도 찾아가야 되는데, 당연히 봐야지..."
그런데, 박정희 전 대통령 얼굴 아래와
표지판 양측에 새겨진 영문 이름이 이상합니다.
박정희의 두번째 글자 '정'이 'J-E-O-N-G' 로
표기돼 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대통령기록관 인터넷 사이트에서 역대 대통령 소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정 자를 'C-H-U-N-G'로 표기했습니다.
박정희 광장 표지판과 완전히 다른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세종시에 있는 정부 대통령기록관에도,
구미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에도, '정'자는
모두 J가 아닌 C로 시작합니다.
[구미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학예연구사]
"(개관 전에) 역사자료 영문 명칭 자문위였나, 그런 걸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CHUNG', 요렇게 쓰면 된다고 자문을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1964년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나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방명록도, 1978년 제9대 대통령 취임 기념 메달도
'C-H-U-N-G' 입니다.
이듬해 서거 당시 외신들이 타전한 이름도, 1980년에 발행된 추모 우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서도, 서거 이후에도 역사가 기록한 이름은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의 표기대로 학술 자료 검색을 했더니,
23만 건이 넘는 자료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건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C-H-U-N-G'로 검색하니,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기술한 자료였을 정도로 박정희 영문 이름 12자는 오랫동안 고유명사로
쓰여 왔습니다.
[00 대학교 관계자]
"김대중 대통령 성함을 영어로 쓰는데 다르게 쓰진 않을 거 아니에요. 제대로 조사를 안 하고 썼거나, (역사적 인물에게) 실례가 되는 거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정신을 세계에 알리고,
도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대구시, 조만간 박정희 동상과 공원도 조성할 예정이지만 가장 기초적인 조사도 없이 사업을 진행해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TBC 박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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