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년 새 전국의 혼인 건수가 40% 정도 줄었다는
정부 통계가 최근 발표됐는데요,
이 같은 결혼 기피 풍조의 이면엔
결혼 비용 부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공기관이 결혼식 장소를 무료로 빌려주는 이른바 공공예식장은 예비부부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안상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20대 A 씨.
결혼식장으로는 호텔 예식장을 선택했습니다.
비싼 가격이지만
음식과 시설 모두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A 씨/예비신부]
"비용을 빼고는 사실 결혼식에 오시는 분들도 조금 편안하게 잘 갖춰진 곳에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호텔 예식장을 선택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결혼을 앞둔 청년들이 호텔 예식장을 선호하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주된 이유가 결혼자금 부족이었는데
지난해 기준 1인당 결혼 비용이 주택 포함
3억 3천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되는
게 공공예식장입니다.
달서구의 이 공원 시설도 공공예식장으로 지정돼
무료 대여 중입니다.
하지만 음식과 비품 등 장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예비부부가 따로 예약해야 하고
비용도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사설 예식장에 비해 이리저리 알아볼 건 많고 별다른 장점은 없어서인지
최근 5년간 이용 건수는 전무합니다.
인근의 어린이체험시설 앞 광장도
공공예식장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장소만 무료로 빌려줄 뿐
식사 불가라는 까다로운 대여 조건까지 붙었습니다.
[조영관/대구시 범어동]
"기본적인 예식장 같은 경우는 돈만 내면 다 세팅해 주는데 그런 준비하는 과정이 껄끄러울 것 같긴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두 군데를 포함해
최근 5년간 대구시 공공시설 예식장 12곳에서 예식이 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결혼친화도시로 불리는 달서구도
공공예식장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연간 이용자는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습니다.
공공예식장으로 제공됐던
대구시교육연수원 연리지홀은
올해부터는 개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용객이 없는 데다
강의실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서울시가 청년 수요 조사를 거쳐
한옥과 박물관 등을
공공예식장으로 선정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올해만 신혼부부 100쌍이 예식을 치르는데 지난해보다 4배가량 늘어난 겁니다.
또 부대비용 모두를 가격표로 책정해
청년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예식을 준비할 수 있게 했습니다.
[박경길/서울시 가족정책팀장]
"꽃장식과 피로연 등 선택에 따라서 실속형, 기본형, 고급형으로 표준가격안을 마련해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신청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며
지역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도입한 공공예식장,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
세심한 보완 작업을 하지 않는 한
이름뿐인 정책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TBC 안상혁입니다.(영상취재 노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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