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은 장애인의 날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대학에서도 기본적인 학습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힘겨운 대학생활을
안상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대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A 씨.
열심히 공부해 시험을 쳤지만 성적을 알 길이 없습니다.
과목별로 성적이 올라와 있는
대학의 학사정보시스템에서는
시각장애인용 화면 읽기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장음]
"빈 줄, 빈 줄, 빈 줄, 빈 줄"
시각장애인들은 시험을 치고도 성적을 알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10여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대학 측에 여러 차례 개선 요구를 했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이 학교는 교육부의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 평가에서 7회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A 씨/ 시각장애인 대학생]
"어디까지 요구를 해야 내 요구는 정당한
요구의 수준인가를 늘 고민하고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어떤 걸
요구할 때 이거는 내가 요구해도 되는 게
맞을까라는 걱정은 계속 안고 요구하게 되고."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B 씨는
보건 결석이나 유고 결석 신청도, 장애인용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아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자신들을 돕는 장애 학생 도우미들이 올린
봉사 내용을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도우미가 곁에 없어 도움을 받지 못할 때면
삶에 회의감마저 듭니다.
[B 씨/ 시각장애인 대학생]
"약간 힘이 빠진다고 해야 되나.
무기력해지는 거예요 내가 여기서 뭐
어떻게 더 할 수가 없으니까."
대구대학교는 장애학생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형진/ 대구대학교 장애인위원회 행정실장]
"상반기 중으로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해서
하반기부터는 시각장애인들도 불편 없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학교 측을 신뢰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A 씨/ 시각장애인 대학생]
"이제 업데이트를 하겠다 혹은 시스템을
수정하겠다는 이런 얘기들이 매 학기, 매 번 나왔던 상황인데. 시각장애인 학생들 사이에서 농담 삼아하는 말은 우리가 졸업하기 전에 바뀌면
그거는 기적이고 졸업하고 나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건 성공한 거다."
지역의 다른 대학교도 사정은 비슷한 상황.
[CG-IN]
지난해 기준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24만 8천 명으로 2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답변이
59%를 차지했습니다.
[CG-OUT]
[최은찬/대구시 시각장애인연합회 직원]
"시각장애인들이 용기가 없어서 안 하는 거 아니거든요. 정보 접근 자체가 일단 어려우니까. 그런 부분 신경 써서 학교에서 준비해 주시면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시각장애인과 상생하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 B 씨/ 시각장애인 대학생]
"어찌 보면 나는 엄청나게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내가 백날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
TBC 안상혁입니다.(영상취재 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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