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료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의료취약 지역인
농어촌 주민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떠난 대도시 상급 종합병원에
공중보건의들이 파견되면서 농어촌 보건지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의사 없는 보건지소,
박영훈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취재진이 찾은 곳은
경주 문무대왕 보건지소입니다.
평일 낮, 진료실 문을 열어보니
빈 책상과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감기 기운에 이 곳을 찾은 주민이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발길을 돌립니다.
[김남철 / 경주 문무대왕면 주민]
"감기 몸살을 해가지고 의사 선생님한테 진료받으러 왔습니다. 왔는데 파견 나갔다 하니까 선생님 안 계시니까 뭐 (진료를) 받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가게 됐습니다."
보건지소를 지키던 공중보건의가
지난주 상급 종합병원으로 파견되면서
월요일과 금요일, 매주 이틀 동안은
진료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김혜진 / 경주 문무대왕 보건지소 팀장]
"정기적으로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타러 오시는 분들에 한해서 미리 좀 사전에 (전화로) 죄송하다는 말씀 양해 부탁을 드렸고요."
공중보건의 2명이 빠진 경주는
남아있는 보건의들의 순회진료 체제로 버티면서
12곳 보건지소 모두 파행 운영되고 있습니다.
[브릿지]
"공중보건의 파견으로 혹시 모를 응급환자 치료와 기저질환 주민들의 처방전 발급도 모두 중단됐습니다. 이곳 문무대왕면에 보건지소를 대신할 민간병원이 단 한곳도 없습니다."
경북에서는 공중보건의 23명이 차출됐는데
이 가운데 19명이 서울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파견됐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도시의 의료 공백을
농어촌 의료취약 지역 주민들의 희생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재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주민]
"안 그래도 지금 현재 우리 지역에는 면 소재지에 병의원이 없고 그다음에 약국도 없는 그런 실정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그러면 주민들의 불편은
더 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이번 주 공중보건의 추가 파견까지 예고해 농어촌 의료 공백은 지금부터가 더 걱정입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끝 모를 갈등과 의료공백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의사 한 번 만나기 힘든
농어촌 주민들에게 희생과 피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TBC 박영훈 입니다. (영상취재 노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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