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사회의 간병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 두 번째 순서, 오늘은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가족돌봄청년 문제를 다룹니다.
돌봄 노동 속에 자신의 일상을 포기하고 취업도 어려운 가족돌봄청년을 남효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서른 살, A씨의 삶이 멈춘 건 2년 전.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왼쪽 팔다리 일부에 마비가 오면서, 돌볼 사람이 자신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거동은 가능해졌지만 언제 뇌경색이 다시 올지 몰라 A 씨는 조마조마합니다.
[A씨/ 가족돌봄청년]
"현재 아버지 상태에는 이제 머리 30%가
죽은 거거든요. 죽은 상태에서 편마비가
오셨어요. 만약에 재발하게 되면 이제 완전히
거동을 못 한다고 보면 됩니다."
설상가상, 뇌경색 판정을 받을 때쯤 직장까지 그만두게 됐고,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집 인근에 있는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
더구나 취직이 돼도, 근무 시간 동안 아버지 간병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A씨는 반복되는 간병의 굴레가 너무나 버겁습니다.
[A씨/ 가족돌봄청년]
"취업하게 돼도 이제 또 아버지가 또 쓰러지시면 또 이제 또 간병을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또 이전처럼 반복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일상생활부터 취업까지, 간병으로 겪는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국가에서 지원받는 돌봄 서비스는 전혀 없다는 A 씨.
문제는 이렇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돌봄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2021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간병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3년이 지났지만, 대구시는 돌봄 청년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 서구와 달서구가 지난해 가족돌봄청년 등을 대상으로 일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연계 지원이 되지 않아 혜택을 본 청년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시민단체는 가족돌봄청년은 우울감 등으로 고립 청년이 되기 쉽고, 복지제도에 익숙하지 않아 원스톱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은재식 / 우리복지시민연합]
"고립 청년이 고립 장년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지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이런 청년들을 찾아서 어떻게 지원할지 특히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간병의 그늘 속, 일상을 포기하고 있는 가족돌봄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TBC 남효주입니다.(영상취재 - 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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