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출생과 인구절벽 실태를 짚어보는 연중 기획,
오늘은 문 닫는 학교, 폐교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학교 갈 아이들이 급감하면서 운영을 중단하는 학교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젠 대도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생 없는 학교, 폐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박영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한때 전교생이 천 명을 넘겼던
영천 고경중학교입니다.
학생들이 뚫어져라 응시했을 교실 앞 칠판,
아직도 글귀가 남아 있는 교실 뒤 게시판.
한 반에 60명이 넘을 정도로 과밀이었던
학생들의 온기가 문 닫은 학교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고경중학교가 폐교한 건 지난 2016년,
3회 졸업생인 서정구 씨에게 사라진 모교는
아련한 추억 속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습니다.
[서정구 / 영천 고경중학교 1976년 졸업]
"총동창회를 하면 아직 1회부터 다 나오시거든요.
그런데 언젠가는 우리가 이제 못 나갈 거 아닙니까?
그럼 후배, 후배 이래가지고 한 기수 나가면 한 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어느 순간에 대가
끊기는구나 이런 것을 생각하면..."
어쩌다 아이가 태어나면 동네잔치를 할 정도로
아이 울음이 사라진 농, 어촌에서는
수많은 학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브릿지.트랜스 CG-IN]
"최근 5년 동안 경북에서 문을 닫은 학교는
21곳에 이릅니다. 가파른 학령 인구 감소로
올해도 6곳이 폐교 위기에 놓였습니다."
경북의 폐교 급증은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교육부의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에 따르면
경북지역 전체 초등학교의 58%가,
중학교의 53%가 당장 문을 닫아야 합니다.
두 곳 가운데 한 곳 넘게 폐교 대상인 셈인데
경상북도 교육청은 부작용을 우려해
별도의 폐교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송현숙 / 경상북도 교육청 학교육성담당]
"교육부 권고 기준대로 하다 보면 통폐합 대상 학교수가 너무 많은 거예요. 학교가 소규모 된다고 해서 통폐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좀 작은 학교 살리기에 역점을 두고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지난 1994년 개교한 대구 신당중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입니다.
주거 밀집 지역을 지켜왔지만 신입생이 가파르게 줄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신만철 / 대구 신당중학교 교장]
"우리 학교는 오늘 졸업식 27회를 기점으로 물리적인 역사는 종결됩니다."
저출생과 학령 인구 감소가
농어촌에서 도시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대도시도 이젠 폐교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대구에서도 2곳이 폐교했고
부산은 12곳, 인구가 집중된 서울도
올해 학교 3곳이 폐교합니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6세 인구가 36만여 명으로 22년보다 4만 8천여 명 줄어 역대 처음으로 40만 명 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빨라지는 학령 인구 감소로 폐교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입니다.
폐교에 따른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와 활용 방안 등
쉽지 않은 과제가 저출생 시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TBC 박영훈입니다.(영상취재: 김영상)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