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산의 한 대규모 아파트 주민 3천여 명이
한 겨울에 피난길에 나서야 할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 24대 가운데 22대가 운행을 멈출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주민과 노인, 임산부까지 천여 명이 되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 지
김낙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0개 동에 973세대 주민 3천여 명이 사는
경산의 한 대규모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 17층에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는 25일부터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40여 일 동안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고층에 사는 노인들은
사실상 집에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고 21층까지 있는데,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병원에 가고 식료품을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80대 할머니 / 아파트 17층 주민]
"허리가 많이 아파요. 이 소리를 듣고 내가 잠이 안 옵니다. 요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되나 싶어서. (곧 설인데) 제사도 모셔야 되는데 장도 봐야 되는데 지금 걱정이 태산입니다."
불편을 넘어 생존까지 걱정해야 하는 이들은 노인만이 아닙니다.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환자, 임산부, 어린이 등 이동이 불편한 주민이 천여 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응급 상황이나 재난이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입주민 아들]
"정 안 되면 저희 집으로 모시고 갈 생각인데 1층에서 14층까지 80 다 된 어른이 왔다갔다하시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엘리베이터 운행 중단 위기는 2년 전 승강기안전관리공단으로부터 2백여 건의 불합격 판정을 받고 교체 통보를 받은 데서 비롯됐습니다.
교체 공사는 이달 25일부터 3월 13일까지
1, 2차로 나눠 진행되는데 전체 엘리베이터
24대 가운데 22대의 운행이 중단될 예정입니다.
주민들은 지난해 9월 전 동대표 등이 뒤늦게 승강기 제조업체와 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피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 입주자 단체는
노인들은 가능하면 자식 집에 가고 식수나 음식물을 미리 준비하라는 안내문을 붙였습니다.
경산시는 주민 민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원칙적으로 불합격 받은 엘리베이터를 운행할 수 없지만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산시 관계자]
"불합격된 승강기를 운행하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관공서에서. 괜히 운행했다가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 (계단에) 의자도 지원해드리고 할 계획이지만 승강기 관련 외에는 따로 수단이 좀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은."
안일한 대처에 애꿎은 주민들만 한 겨울
피난민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TBC 김낙성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