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옛날 궁궐이나 고택 같은 건물에 걸린 현판들, 자주 보셨을텐데요.
한자가 적혀 있어 어렵기만 했던 현판들을
알기 쉽게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대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박철희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대한제국의 황궁, 덕수궁 정문에 걸려 있던
폭 3.7미터의 초대형 현판입니다.
[CG]
크게 편안하다는 대안문(大安門),
다스리는 도를 지켜 나가면 나라가 크게 편안해진다는 중국 고전에서 따온 이름으로
1904년 덕수궁에 큰불이 난 뒤
대한문이란 새 이름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CG]
단연죽로시옥(端硏竹爐詩屋),
좋은 벼루와 차를 끓일 대나무 화로,
시를 지을 작은 집이 있으면 만족한다는,
추사 김정희의 노년의 잔잔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정대영 /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
“자기 자신(추사 선생)이 원했던 선비의 이상향을 담아낸 걸로 보입니다. 안빈낙도나 자연과 함께 하는 선비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조선후기 서예가인 이광사가 유배지에서
아들의 공부방을 만들며 직접 썼다는 연려실,
[CG]
중국의 유향이 밤에 명아주나무를 태워
그 불빛으로 공부를 했다며
태울 연(燃)과 명아주나무 려(藜)를 적었습니다.
아들 이긍익은 방 이름을 호로 삼고
평생을 매진해 조선의 대표 역사서
'연려실기술'을 후세에 남겼습니다.
[CG]
똑같이 집 앞에 달았지만 유쾌한 이는 즐거움을 함께 한다고 오헌(吾軒)이라 썼고 겸손한 이는
누추한 집이라 해서 폐려(敝廬)라고 썼습니다.
건축을 마무리하는 화룡점정 역할을 했던
조선시대 현판들, 나라의 이상과 규범을 담았고 세상의 인연과 간절한 바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국립대구박물관이 마련한 ‘나무에 새긴 마음, 조선 현판’ 특별전은 궁중과 민간 현판 114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안동 하회마을 충효당과 경주 동경관 같은
지역 건축물 현판은 물론 영조와 정조의
애민 정신을 담은 친필 현판과 천재 문학가와 예술가로 알려진 효명세자의 글씨도 만날 수 있습니다.
[CG]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어릴 적 글씨들은
6살 때보다 2살을 더 먹고 쓴 게 나아 보입니다.
[김규동 / 국립대구박물관장]
“현판이라는 게 사실 옛날의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고 현재에도 많이 남아있다는 걸 (관람객들이)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고...”
낯선 한자를 한꺼풀 벗기면 온갖 삶의 이야기가 샘솟는 조선 현판들, 선조들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내년 2월12일까지 이어집니다.
TBC 박철흽니다.(영상취재 고대승 CG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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