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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유적은 '찬밥'...봉수대 부실 고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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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박철희
PCH@tbc.co.kr
2023년 08월 04일

[앵커]
거액의 혈세가 투입된 고령 봉화산 문화관광지
문제점을 최근 전해드렸는데요.

사업 도중 중요한 대가야 유적이 발굴됐지만 조선시대 봉수대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됐고 봉수대 조형물은 부실 고증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박철희 기잡니다.

[기자]
낙동강을 마주한 해발 110미터 봉화산 정상,

2017년 고령군의 봉화산 정비사업 도중
대가야시대 성곽이 확인된 곳입니다.

정밀 발굴조사에서 돌로 쌓은 성벽과 우물 유적, 대가야와 신라의 토기와 기와도 수습됐습니다.

낙동강 너머가 한 눈에 보이는
대가야 국경 방어기지로
유일하게 실체가 확인된 대가야 관문성입니다.

고령군은 3억 원을 들여 유적을 정비하고 정상까지 부직포를 깔아 산책로를 조성했지만
사후 관리는 엉망입니다.

갈림길 표지판에는 대가야 산성 안내가 빠져 있고
무작정 산꼭대기로 올라가다 보면 쓰러진 대나무 수십 그루가 길 곳곳을 가로막습니다.

어렵게 찾은 진입로, 토기와 기와 조각들이 대가야 유적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정상에 오르면 정비된 성곽 유적 일부와
고령군이 세운 유적 안내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탠딩]
"하지만 이처럼 길이 끊긴 마당에 찾는 이가 있을
턱이 없고 큰 돈 들인 정비 사업은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CG]
발굴 보고서는 봉수 시설이 대부분 훼손돼
불 피우는 구조와 배치 양상을 세밀히 확인하지 못한 반면 대가야 산성이라는 뜻밖의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적었습니다.

중요 유적이 발견되면서 산 정상에 세우려던 조형물을 이웃 구릉으로 옮겨 설치했는데
봉수대 형태가 실제와 크게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CG]
전국 봉수의 도착점인 서울 남산 봉수대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봉수의 기본 형태는
불 피우는 연조가 5개로 적의 침입이 진행될수록
불과 연기 수를 늘리는 방식입니다.

특히 고령 같은 내륙에서는 진흙을 붙인 습식 봉수가 대부분이었는데 고증을 통해 복원한 습식 봉수대와 비교할 때 모양과 색이 확연히 다릅니다. [CG끝]

[김주홍 / 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전문위원(봉수 전문가)]
“차라리 봉수에 있는 연조(불 피우는 시설) 형태로라도 만들었으면 좋았을 건데 상징성도 없고 형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고령군은 각계 전문가 자문을 받아 봉수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설명했지만 제대로 된 안내문도 없다보니 17억 원을 투입한 조형물은 온갖 상상을 부르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저걸 봉수대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주민들끼리) 비아냥거리듯 하는 얘기가
나로호 발사대다...”

봉화산 정비사업에 들어간 세금은 모두 30억 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한 가야 고분군의
대표지역 고령군이 굳이 다른 지역에도 많은 봉수대를 관문에 세워 부실 고증 논란을 부르는지 의문입니다.
TBC 박철흽니다. (영상취재 이상호 CG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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