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령군이 낙동강변 구릉 지역에 문화관광 자원을 만든다며 5년동안 30억원을 들여 정비사업을 벌였습니다.
2020년 준공된 문화관광지의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박철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앵커]
광주대구고속도로 낙동강 다리를 건너다
마주치는 거대한 조형물,
운전자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고속도로 이용객]
“알, 알 같은데...알 같은데."
"알요? 계란 같은, 알 같을 수도 있겠네요"
"네,네,네”
[고속도로 이용객]
“저게 도자기 형태로 보이던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체 파악이 쉽지 않은 이 조형물, 알고보면 봉수대를 본땄습니다.
이웃한 봉화산에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었다는 이유로 고령군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대형 전망댑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바닥에 깔린 부직포 틈 사이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길 찾는 게 쉽지 않고 일부 구간은 어지럽게 파헤쳐 졌습니다.
[스탠딩]
"전망대 내부도 관리가 엉망입니다. 언제 청소를 했는지 바닥 곳곳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쉴새없이 떨어져
계단과 바닥이 흥건해지고 안내판은 흙먼지로 덮였습니다.
구석엔 쓰다남은 공사 자재가 썩어가고
정자와 운동시설은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무용지물입니다.
(cg/t)
고령군이 2016년부터 5년 동안
봉화산 정비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30억 원,
전망대에 17억, 유적 정비와 주차장 조성에 각각 3억, 설계에 6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전망대 진입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관리도 엉망입니다.
취재진이 지난 봄 벚꽃이 만발한 휴일을 포함해 최근까지 네 차례 이곳을 찾았지만 마주친 방문객은 모두 합쳐 열 명도 되지 않았습니다.
[인근 주민]
“외지에서 온 그런 사람은 저는 못 봤습니다. 진짜 쓸데없는 짓 하고 있다 그리 생각합니다.
저거는 눈에 보이는 예산 낭비입니다.”
(cg)밤에도 전망대를 화려하게 밝힌다며
2억 원을 들여 경관 조명을 설치해놓고는 아예 가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령군 시설사업소 관계자]
“고장난 상태는 아니고 봉수대(전망대) 위치가 인적이 좀 드물고 관광객 숫자가 적어서 현재 소등 중에 있습니다. 향후 점등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을 입구에 만든 주차장은 텅 빈 채로
찢어진 비료포대들만 흩어져 있습니다.
특산물 판매장 안에는 써보지도 못한 집기와 냉난방기, 노래방 기계에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한 번도 문을 안 열었지, 공사하고 나서. (특산품을) 대로변에 가서 팔지,
누가 동네에 앉아서 파나, 사러 들어와야 하는데...”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고령군 홈페이지와
관광 어플리케이션에서 봉화산 전망대를 찾을 수 없고 관광지도에도 표시돼 있지 않습니다.
전망대 바로 뒤엔 전원주택 단지를 짓고 있어
결과적으로 해당 단지를 위한 정비사업이 된 셈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cg/t)
고령군 관광진흥과는 인터뷰를 거절하고 보낸 서면 답변에서 관문 지역에 관광자원을 만들려고 사업을 추진했으며 부지 결정 이후 전원주택 허가 신청이 들어온 만큼 혜택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TBC 박철흽니다. (영상취재 이상호, CG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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