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무너진 교권, 위기의 교육 현실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 두 번째 순섭니다.
대구의 현직 교사들이 심각한 교권 침해를 당했다며 직접 나섰습니다.
아이들에게 주먹으로 맞고 학부모의 온갖 폭언과
민원에 감정 쓰레기통이 됐다고 호소합니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남효주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 무너진 교권 필러 =====
지난해 복직한 10년 차 교사 A씨는 4년 전 그때를 잊지 못합니다.
담임을 맡게 된 반 아이는 한순간에 돌변하며
A 씨를 주먹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A교사]
"애를 진정시키려 했는데 제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렸고요. 그러고 나서 빗자루를 가져오더니 막대기 부분으로 제 머리를 내려찍었고..."
큰 충격을 받았던 A씨.
하지만 학부모에게서 돌아온 건 그보다 더한
폭언이었습니다.
[A교사]
“학부모가 작년 담임은 뺨 맞고 참았는데 당신은 왜 못 참아주냐 이렇게 말을 했어요.”
결국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게 된 A 씨.
학부모는‘아이를 차별했다며’ 교육청과 국민신문고, 국가인권위원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민원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4개월, 그사이 써야 했던 16장의 진술서와 셀 수 없는 진술 조사.
하지만 A씨를 도와줄 곳은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A교사]
“(교육청 변호사한테) 상담을 받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대요. 그냥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결국 마음의 병을 얻은 A씨는 3년간 학교를 떠나야 했습니다.
[A교사]
"밖에서 비슷한 학생이나 비슷하게 생긴 인상에 그 나이대 여자가 지나가기만 해도 너무 심장이 벌렁거리고. 계속 눈물이 나고. 내가 생각했던 교직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24년 차 교사인 B씨는 지난해 수업 도중 아이들
앞에서 폭행을 당했습니다.
옆자리 친구를 발로 차지 말라고 얘기한 게 이윱니다.
[B교사]
"(앞으로) 나와서 저를 꼬집고 한참 동안 팔을
뒤로 해서 비틀고...학생들 앞에서 5분 정도
계속 그러고 당하고 있었죠."
하지만 B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B교사]
"손을 붙잡고 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할까 봐 이제 그냥 계속 꼬집히고 있었어요."
반에서 아이들끼리 조그마한 싸움이라도 있는
날이면 전화 상담에 진을 빼야 합니다.
[C교사]
“제가 그냥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주는 그런 경우가 많았었어요. 애를 안 낳아봤으니까 알겠냐 이런 말씀도 막 섞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교실.
교사들의 목표는 이제 ‘교육’이 아니라 상처받지 않기 위한 ‘체념’입니다.
[D교사]
"(아이가) 꼬투리를 잡아서 117에 신고를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아이가 기분이 안 나쁘게 1년 동안 무사히 교실에서 지내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최근 5년 동안 대구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는
677건.
2019년 156건에서 코로나 이후 줄다가 지난해 172건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대구교사노조 실태조사에서 교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864명 가운데 70% 이상은 학대 신고가 두려워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TBC 남효주입니다. (영상취재 - 고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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