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주 흥륜사지 인근 하수관 공사장에서
고려시대 유물이 무더기로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형 철솥 안에 최고급 불교 공예품이
가득했는데, 천 년 전 보물단지인 셈입니다.
박철희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지난 달 경주의 하수관로 공사장에서 나온
고려시대 철솥입니다.
발굴 이후 균열을 막기 위해 석고로 감싼
지름 65, 높이 62센티미터 커다란 솥단지에
당대 최고 수준 불교 제례용품이 가득했습니다.
11~12세기 청동제 향로와 그릇 모양 향완,
촛대와 등잔이 원형 그대로 출토됐고
촛농받침은 연꽃 모양으로 치장했습니다.
철솥 안 흙더미에는 아직 떼내지 못한 유물로 가득합니다.
향로 뚜껑 위 손잡이에는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이 달렸고 밀교 의식에 쓰는‘악을 물리치는 방망이’ 금강저도 경주에서 처음 확인됐습니다.
철솥에서 발견된 유물은 모두 54점, 이 가운데 33점은 수습됐지만 21점은 여전히 솥안에 엉켜 있고
그 아래 더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유물이 나온 곳은 국가 사적 흥륜사지,
‘신라의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의 출토지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지난달 사적지 건너 도로가의 하수관로 공사를 앞두고 발굴조사를 했는데 전체 90미터 구간 중간쯤
1미터 깊이에서 철솥이 나왔습니다.
그 안에서 뜻밖의 보물들이 쏟아진 건데
솥을 가득 채웠던 흙이 공기를 차단해 천 년을 온전히 버틴 것으로 보입니다.
[박정재 / 춘추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발굴기관)]
“(철솥 안의) 흙들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아주 양호한 상태로 고려시대 불교 공양구가 확인됐기 때문에 이것이 큰 이슈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솥단지에 유물을 모은 것은 전란이나 화재를 피해 귀중한 물품을 급히 감췄거나 불교의식을 치른 뒤 공양구를 한데 묻었을 수도 있습니다.
[권택장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
“(13세기) 몽골의 침입에 의해서 피난의 목적으로 묻었다 이렇게 해석하는 부분이 일부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자세한 사실관계는 앞으로 보존 처리 과정에서 그 안에서 어떤 명문이 나오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번 발굴에서는 통일신라 금동불과 함께
‘영묘사' 글자를 새긴 걸로 보이는 기와 조각도
확인됐습니다.
하수관 공사장에서 극적으로 세상에 나온
천 년 전 보물단지, 보존 처리가 끝나면
또 어떤 이야기가 솟아날 지 주목됩니다.
TBC 박철흽니다.(영상취재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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