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TBC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마약 범죄에
따라가지 못하는 마약 감정 실태를 짚어봅니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경남 일대에서 적발된
마약 감정 작업은
대구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뤄지는데요.
그런데 감정 물량이 한 해 수천 건에 이르지만
정작 감정 인원은 단 한 명뿐입니다.
집중취재 T-타임, 열악한 마약 감정 실태를
남효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검찰과 경찰에서 적발한 마약을 감정하는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약독물실의 하루는 정신없이 시작합니다.
카트를 끌고 접수실로 내려가면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의뢰품들.
혹시나 빠진 건 없는지 의뢰서와 감정품을 꼼꼼히 살펴본 뒤 곧바로 연구실로 향합니다.
주사기와 모발 등 다양한 감정품이 들어오지만 가장 빠르게 결과를 알 수 있는 건 소변 검사.
감정품이 섞이지 않도록 거듭 확인을 거친 뒤 샘플 용기에 소변을 담아 먼저 예비 감정을 하는 이희상 연구관.
여기에서 기준 수치를 넘은 샘플들은 다시 정밀검사를 거쳐 정확한 마약 성분을 확인한 뒤 최종 판정을 내립니다.
여기에다 모발, 압수품 검사에 감정서 작성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갈수록 처리할 업무량이 늘어, 야근을 하는 날도 흔합니다.
[이희상 /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약독물실장]
"(올 초에 경찰에서) 모텔 천장 위에 숨겨놓은 주사기를 다 가져오셨는데 그게 300개를 다 가져오셨어요. 그래서 300개를 다 했습니다."
[trans-cg]
지난해 대구과학수사연구소에 접수된
마약 감정 건수는 4천 2백여 건으로
1년 전보다 45% 정도 늘었습니다.
올해 5월까지 접수된 건도 2천 9백여 건에 달합니다. [out]
하지만 대구 전역과 경북, 경남 22개 시.군을
관할하는 대구과학수사연구소 마약 감정 인원은
단 한 명뿐입니다.
2017년 이후 한 차례도 증원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처리하지 못한 마약 감정품들이 보관돼있는 캐비넷은 빌 틈이 없습니다.
[이희상 /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약독물실장]
“빨리해 드려야 하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하다 보니까 쌓여있고요. 최대한 이번 주 안으로 최대한 빨리 (결과를) 발송해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연구되지 않은 합성 대마 유통까지 크게 늘면서 연구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마약 감정에서 양성판정을 내리려면 마약 성분과 함께 몸속에서 분해돼 나오는 부산물인 '대사체'를 확인해야 하는데, 관련 연구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희상 / 대구과학수사연구소 약독물실장]
"(연구가 부족해서) 어떤 합성대마를 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최종적으로 나갈 때는 음성으로 나갈 수밖에 없어서요,"
갈수록 마약 범죄는 교묘해지고 관련 물질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감정 인원과 연구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TBC 남효주입니다.(영상취재 - 김도윤, CG - 변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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