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무덤서 나온 비단벌레 말다래

정치경제부 박철희
PCH@tbc.co.kr
2023년 07월 05일

[앵커]
경주 대릉원 인근에 발굴 현장을 일반에 개방한 고분이 있습니다. 바로 쪽샘 44호분입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0년 동안 이 곳을
샅샅이 조사해 발굴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무덤 주인은 신라 어린 공주로 추정됐는데, 화려한 비단벌레로 장식한 말다래도 처음 확인됐습니다.

박철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주 대릉원 바로 옆에 자리한 쪽샘 44호분,

지금은 돔형 지붕을 얹은 유적 발굴관이 마련됐지만 당초엔 봉분이 깎이고 심지어 전신주까지 자리했던 허름한 고분이었습니다.

더 이상 훼손을 방치할 수 없어
2014년 시작된 정밀 발굴조사,

6년 만인 2020년 피장자 머리맡에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수백 점 나왔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금동 장식으로 여겨졌지만
정밀 분석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가로 80, 세로 50센티미터 대나무 틀에
직물을 덧대고 그 위에 비단벌레 날개를
꽃잎 모양으로 붙인 겁니다.

비단벌레로 만든 꽃 50송이를 담은 죽제 말다래로, 천마를 표현한 기존 말다래와 완전히 다른 형탭니다.

[심현철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
"물방울 모양 4개를 활용해서 십자 형태의 꽃잎 모양을 만들고 이러한 (비단벌레 장식) 형태의 디자인이라든지 내부 구조를 갖추고 있는 건 신라 고분 전체에서도 가장 처음이기도 하고..."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실제 대나무로 틀을 짜고 인도네시아산 비단벌레 2백 마리의 날개를 붙여 이를 재현해 냈습니다.

영롱한 빛깔의 비단벌레 장식은
황남대총과 금관총 등 왕릉급 무덤에서만 나온
왕실의 유물로, 비슷한 모양의 금관총 비단벌레도
말다래 장식임이 유력해졌습니다.

금동관 주변에서 나온 유기물 다발은
무덤 주인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됐는데
삼국시대 유적에서 사람 머리카락이 나오긴
이번이 처음입니다.

머리카락을 몇가닥씩 묶어 직물로 감싼 흔적도
확인됩니다.

새로운 형태의 직물도 잇따라 출토됐습니다.

금동관 안에서는 문헌에서만 나오던
3색 실을 쓴 직물, 삼색경금이 실물로
처음 확인됐고 금동신발에서는 산양털로
만든 모직물이 나왔습니다.

최소 4명 이상 순장한 흔적도 발견됐는데
무덤의 주인은 유물이 최고급이고 크기가 작은 여성용인 점, 시신이 놓인 자리 등을 볼 때
5세기 후반 신라의 어린 공주로 추정됩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
"130(센티미터) 정도 키에 10살 전후의
어린 소녀, 즉 공주였기 때문입니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던 공주를 위해서 당시 왕실에서 특별히 부장품을 제작했고..."

쪽샘 44호분 발굴조사는 행렬도가 그려진 토기와
돌절구와 공이 세트, 바둑돌 등 유물 780여 점을
확인하고 10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는데,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은 오는 12일까지 현장에서 공개됩니다.
TBC 박철흽니다.(영상취재/이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