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TBC가 고대 영천 골벌국 중심지, 골벌성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나왔다는 뉴스를 전해드렸는데요.
골벌국 중심 고분으로 보이는 인근의 대규모 고분군이 훼손돼 장기간 방치되고 있습니다.
박철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천시 금노동의 한 구릉지,
영남대 연구팀과 길을 따라 올라가봤습니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현장음]
“이게 뭐야” “이거 철검이네, 단면 보라고.”
“예, 맞네요”“완전히 목곽묘 단계 철검이다”
[현장음]
"엄청난 철부가 그대로 박혀 있네. 쇠도끼입니다.
거의 완전한 상태로 묻혀 있는 거 같습니다.“
큰 비가 온 지 얼마되지 않은 길바닥에는
토기 조각이 곳곳에 널려있고
[현장음]
"토기, 토기, 다 유물입니다. 토기, 토기..."
장신구로 쓴
곡옥과 영롱한 색깔을 자랑하는
마노제 다면옥도 발견됩니다.
[정인성 /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어쨌거나 이(초기 삼국) 시기에 동남아시아에서 원석을 수입해서 여기서 가공한 마노제 다면옥이
나왔다, 이런 다면옥이 길가에 비가 온 다음에 굴러다닌다고 하는 것들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죠“
대형 고분 한가운데 길이 나면서 봉분이 쪼개지고
무덤방인 매장 주체부의 속살이 드러난 겁니다.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나타나는 커다란 구멍, 이른바 도굴갱으로 불리는 도굴 흔적입니다.
(CG)
문화유적 분포지도상 이 일대는 영천 완산동 고분군 3구역, 고대 영천 소국인 골벌국의 중심 고분군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CG)
1923년 일본인 오가와 게이키치는 현장 답사 후 작성한 도면에 고분을 빽빽이 표시했고
국유지 임야 2곳에 고분 40여 기와 100여 기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적었습니다.
(CG)
1954년 이 일대 항공사진에는 대형 봉분들이 또렷이 보이고 1996년 대구교대 박물관 조사때도 직경 20미터 이상 봉분을 갖춘 고분이 10여 기에 달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봉분이 잘린 삼국시대 적석목곽분의
수직 단면에는 시신 아래 깔았던 자갈과
토기 조각들이 이리저리 박혀 있습니다.
찌그러진 안내판만이 고분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입니다.
2012년 문화재청의 긴급 발굴조사가 실시됐는데 불과 천 제곱미터 면적에서 삼한과 삼국시대 대형목곽묘와 목관묘, 적석목곽분과
유물 천여 점이 출토됐습니다.
삼국사기에는 골벌국이 236년 신라에 병합된 것으로 나오는데 와질 토기와 철기류 등
이 시기까지 올라가는 유구와 유물도 상당숩니다.
[박진 / 당시 긴급발굴기관 책임조사원]
"1천 제곱미터에서 거의 빈 공간 없이 나왔다고
봐야 하니까 많이 나온 거죠. 집단화됐을 때
나오는 무덤들이 목곽묘이기 때문에 주변에
더 많은 문화재가 유존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긴급 발굴은 유일하게 봉분이 남은 적석목곽분을 조사하는 도중 예산이 끊겨 중단됐고 이후 11년째 속수무책 방치돼 왔습니다.
고분군 안에 있던 군부대 탄약창이 최근 옮겨나가 민간인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인성 / 영남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골벌국의 정체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더 훼손되기 전에) 토지 소유주와 협의를 거쳐서 긴급하게 추가발굴을 해야 하고...“
[스탠딩]
"고대 영천의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완산동 고분군, 하지만 이를 연결할 소중한 끈들이 조만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나옵니다.
TBC 박철흽니다."
(영상취재 이상호, CG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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