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07년 경주 남산에서 엎어진 채 발견된
통일신라시대 마애불을 기억하시나요?
지면과 불과 5센티미터 차이로 코끝 하나 다치지 않아 당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죠.
산중턱 대형 불상을 일으켜 세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 16년째 그대로 있는데
이 문제를 논의하는 학술대회가 오늘 열렸습니다.
박철희 기잡니다.
[기자]
닿을 듯 안닿을 듯 불과 5센티,
통일신라 마애불은 2007년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이렇게 발견됐습니다.
기적처럼 훼손을 면해 세계적 화제를 모았지만 16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바닥을 보고 있습니다.
경사진 산중턱에서 높이 5.6미터, 추정 무게
80톤에 이르는 대형 불상을 훼손 없이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한불교 조계종이 범종단 차원의 바로세우기에 나섰고 경주시와 문화재청이 보존관리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입니다.
오늘 학술대회에서 용역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당초 마애불이 현위치
바로 위에 서북서 방향을 보고 있었다고 분석하고,
넘어진 시기를 1550년 지진 때로 추정한 기존 연구를 보강해 6월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차원 모델링으로 복원한 마애불의 정면 모습과 안전한 기립을 위한 시나리오도 제시했습니다.
주변을 성토해 작업공간을 확보한 뒤 특수 제작된 틀로 불상을 감싸 2개 이상의 인양 벨트로 하중이 더 큰 상부부터 들어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이광우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사실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다만 문제는 (실제 안전하게 세우는) 테스트, 검증 이런 기간이 제가 볼때는 2년 이상의 검증기간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종교적, 미적 가치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세워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수백 년째 넘어진 것도 역사인 만큼 지금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습니다.
[이수정 / 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
"(종교를 포함한) 사회적 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열암곡 마애불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장소성 이런 부분을, 중요한 의미 이런 것들을 함께 고려해서..."
[김순웅 / 국립목포대 건축학과 교수]
"5백년 전에 자연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기적을 우리가 되돌려놓는 것은 역사의 기억을 지우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용역 결과는 8월 나오는데 어느 가치를 우선할 지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논란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TBC 박철흽니다. (영상취재/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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