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계절의 시계는 어느덧 봄이 찾아왔지만
대구 부동산 시장은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한겨울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미분양이 갈수록 쌓여가는데,
올해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서울보다 더 많습니다.
부동산 거래 절벽에 지방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권준범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모든 건 금리가 오르면서 시작됐습니다.
[CG] 한 해 2,3만건을 기록하던 대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 2020년 5만 천여 건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줄곧, 내림세입니다.
지난 해에는 만 천여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입니다.
투기 수요가 빠져 나간 자리에 팔리지 않는 아파트만 남았습니다.
[CG]지난 1월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만 3천 5백여 호, 5년 전과 비교하면 40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CG] 이상한 건 미분양 무덤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대구의 사정이 유독 심각하다는 겁니다.
서울과 인천, 경기를 모두 합한 수도권 미분양 물량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CG] 사실 이런 미분양 사태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습니다.
인구 250만 대도시에서 가구 세분화와 재건축 등을
모두 따졌을 때 한 해 만 2천 호의 신규 아파트가
필요한데, 최근 5년 동안 대구에 공급된 물량이
매년 이 수치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공급이 수요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상황, 금리 인상같은 트리거만 있었다면, 언제든 지금의 상황이
불거질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CG] 더 암울한 건 올해 예정된 대구 입주물량이
3만 6천 가구로 인구가 천 만명에 가까운 서울보다 더 많다는 점입니다.
무너지는 아파트 가격에, 또, 팔리지 않는 집 걱정에,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나오는데요.
춘래불사춘, 대구 부동산 시장의 봄은 언제 찾아올까요?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저멀리 거대한 아파트 숲이 보입니다.
삐죽 솟은 타워크레인들이 콘크리트 회색 도시를 실감하게 합니다.
도로를 따라 성냥갑처럼 세워진 아파트들,
그 옆에 또 다른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대구시 파동 일대에 조성중인 아파트 단지는
무려 5곳,
[스탠딩]
"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동 일대 전체가 아파트 공사장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내년 3월까지 입주 물량만 2천 세대에 달합니다. "
지난해 초 분양을 끝낸 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4곳은 부동산 경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
[부동산 중개업자]
"분양권을 가진 사람들은 찾는 사람있으면 연락해달라,안팔리면 전세놓겠다며 분위기 물어보고,사겠다고 하지는 않죠."
모델하우스는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직원들도 다 내보냈습니다.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는 기본, 계약만 하면 입주지원비로 수천만원을 주는 아파트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파트 시행사 관계자]
"행사를 하고, 혜택을 줘도 안되니까...지금 할인 분양하는데는 그나마 몇개씩 팔리고, 안하는 모델하우스는 거의 안팔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동산 거래 절벽은 지방세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tr]
지난해 대구의 부동산 취득세는 7,369억원, 전년보다 2천 억원 넘게 감소했는데, 아파트 신규 인.허가가 전면 중단된 올해는 얼마나 줄어들지
가늠조차 안됩니다.
대구의 미분양 사태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건설사들의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연쇄 부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지역 건설사들의 비중이 미미하다는 건데, [tr] 현재 대구지역 미분양 물량 가운데 시공순위 30위 이내 건설사의 아파트가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지역 건설사의 미분양 물량은 천여 가구, 7.5%에 불과합니다.
[김병환 / 대구시 건설주택과장]
"공급을 다소 지역 건설사들은 많이 줄인 상태이고, 전체 비중에서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건설회사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금방 과열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대구 부동산
시장, 투기가 아닌 실수요 시장으로 재편되지
못한다면 혹독한 겨울은 끝나도 끝난게 아닙니다.
TBC 권준범입니다. (영상취재;김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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