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나무재선충병은 지난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돼 30년 넘게 산림 황폐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TBC는 소나무재선충병의 허술한 방제 실태에 대해 집중 보도를 이어갑니다.
취재진이 재선충병 발생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방제에 가장 기본인 감염목 조사부터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상혁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기자]
소나무를 말라 죽이는 재선충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경주의 한 야산입니다.
소나무 수 천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소나무 곳곳에 하얀 띠가 둘러져 있습니다.
하얀 띠에 박힌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니
재선충병에 감염된 '피해 고사목'으로 확인됩니다.
[스탠딩]
"이렇게 QR코드를 찍어보면 피해고사목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옆 소나무에는 QR코드 띠도 부착되어 있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을 둘러본 결과
재선충감염목 바로 옆 소나무에 띠 표시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고, 누렇게 말라죽어가는 소나무가
재선충병 감염목이 아닌 '기타 고사목'으로
분류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윤상갑 / 산림기술사]
"(옆 소나무도) 재선충이 왔는데 이 부분은 설계를 하면서 빠진 겁니다. 누락목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같은 장소에서
감염 여부가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 한 현장 기술자는 통계 조작이라고 폭로합니다.
재선충병 방제를 총괄하는 지자체가 방제 예산에 맞게 감염목 숫자를 줄이라고 했다는 주장입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약에서 배제되다 보니
예산에 맞춰 고무줄식 피해 조사를 하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재선충병 피해 조사 현장 기술자](음성변조)
"예를 들어서 설계를 다 하고 나서 이제 피해 고사목이 70%가 나왔다. 기타 고사목은 30%로 밖에 안 나왔는데...피해 고사목이 너무 많다 그러면 맞춰주세요 하죠. 피해 고사목을 20%에 맞춰주세요라고 얘기를 하죠."
[CG-IN]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선충방제대상 나무는 92만 그루로 2017년 287만 그루의 절반도 안됩니다.
재선충병 예산도 지난해 559억 원으로
2017년에 비해 30% 이상 감소했는데
감염목 숫자를 예산에 맞춰 줄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CG-OUT]
재선충감염목으로 분류되면
나무를 베어낸 뒤 잘게 잘라 훈증 처리해
병이 퍼지는 것을 차단합니다.
하지만 실제 감염된 소나무가 피해 조사에서 누락돼 곳곳에 방치되면서 재선충병 방제 효과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방제업체 직원](음성변조)
"예산이 없어서 (재선충병으로) 못 잡는 거지. 금액에 맞춰서 (띠를) 달지. 저희들이 베면서도 안타깝지. 저건 전체 다 재선충병이 와 있는데도 표시를 안 해놓잖아."
산림청이 전망한 올해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는
78만여 그루로 지난해보다 2배 증가했습니다.
엉터리 피해 조사로 30년 넘게 재선충병을 잡지 못하고 막대한 방제 비용으로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TBC 안상혁입니다. (영상취재 김도윤 CG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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