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역민방 특별기획 세번째 순섭니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한국 정치에서 지방과 지역민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습니다.
공천권을 거머쥔 거대 정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지방정치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수도권 중앙 정치에 예속된
지방 정치의 현실과 대안은 뭔 지 지역민방공동취재단, TBC 박영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넉 달 전, 지역 일꾼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른 시민들에게
지방 의원에 대해 물었습니다.
[손효정 / 대구시 중구]
"(지방 의회는) 어떤 정책을 펴든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기자]
"지금 댁(지역구)에 누가 광역의원이고,
누가 기초의원인지는 모르십니까?"
[손효정 / 대구시 중구]
"네, 자세하게는 잘 모릅니다."
[기자]
"투표는 하셨고요?"
[정연상 / 대구시 달서구]
"아! 투표는 하지. 그런데 누구를 찍었는지는 잘 모르고 당을 보고 찍지."
시민을 대표해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지역 문제와 갈등을 조정하는 지방의회는
정작 지역민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존재입니다.
거대 정당의 정치 논리 속에서
지방정치는 지역보다 서울과 수도권을
그리고 지역민보다 정치 이념에 따라
움직여 왔습니다.
[CG-IN]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은 정치적 독점이라는
더 큰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이념을 바탕으로 한 거대 양당 체제가 고착하면서
지방정치는 건전한 경쟁과 견제의 필수 조건인 다양성마저 잃어 버렸습니다.
[CG-OUT]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도식 속에서
지방정치는 지역주의라는 묵은 때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민구 /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음식을 주고 좋은 정책을 내놔도 대구 시민이 귀를 닫고 있었던 이유는 쟤네들은 우리하고 다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 않았느냐?"
지역과 지역민보다 중앙을 바라보는
지방정치를 바꾸기 위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엄기홍 /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 정치가 살 수 있는 길은 지방을 아는 사람이 바로 공천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중앙에 있는 국회의원들이나 지역을 잘 모르시는 분들보다는 바로 지역의 사람들이 자신의 후보를 뽑는 그런 정치가 돼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방정치 부활을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
지역정당과 지방유권자연대체를 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역을 근거로 한 지역정당이나
특정 지역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는 정치단체로
유럽 일부지역은 지방의회 의석의 20% 이상이
지방유권자연대체 후보입니다.
[김주호 /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
"(지방유권자연대체는) 굳이 정당의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추고 있는 비정당 형태의 정치 단체로, 지방선거에서 적어도
기초 선거에서는 후보자를 추천하면 되지 않을까."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31년 동안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은 더욱더 견고해졌습니다.
지방정치에서 지방과 지역민의 존재와 가치를
되찾기 위한 노력은 바로 지역의 몫입니다.
지역민방공동취재단 박영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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