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 웰빙(well-being)에 이어 이제는 '잘 죽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웰 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로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박동주 기자입니다.
[기자]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에게 '죽는다'는 것은 단순히 몸이 모든 생명 활동을 멈추는 것 그 이상의 '슬픈 일'입니다.
당연한 듯 살아 움직이다 갑자기 숨을 멈추고, 더 이상 함께 추억을 쌓아 올릴 수 없게 되는 영원한 상실의 상태.
그래서 죽음은 인간에게 오래도록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면서, 동시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태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죽음이 오직 '끝'만을 의미하는 걸까요?
"죽음이란 생명의 반대가 아닌 일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삶과 죽음이 단절된 것이 아닌, 죽음 역시 삶의 연장선이라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초고령화 시대, 이제 사람들은 웰빙(well-benig)에 이어 웰다잉(well-dying)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품위 있고,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겁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생애 말기 단순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서약한 사람은 모두 320만 1,958명.
8년 만에 서약자가 40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서약자는 모두 237만 3,565명.
전체 노인 인구의 23.7%에 달합니다.
실제 한국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 결과, 연명의료 환자의 신체적 고통 점수는 평균 35점으로 단일 질환이나 단일 시술에서 경험하는 최대 통증의 약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그렇다면 우리 지역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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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병원에 마련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소입니다.
지난 2020년 설치 이후, 지금까지 이곳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모두 4,207명.
하루에도 30명 정도가 이곳을 찾아 서약을 하고 갑니다.
[ 김영옥 / 대구 동구 신암동]
"성당에서 봉사를 하다 보면 안 해도 되겠는데 싶은데도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는 걸 보면 저건 아닌데, 이런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더 힘들잖아요, 환자가."
지금까지 대구와 경북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대구 13만 4,052명, 경북 18만 5,613명 등 모두 31만여 명.
연령별로 살펴봤을 때는 70대가 12만 9,545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8만 9,655명으로 그 뒤를 이었는데,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 등록자가 남성보다 2배 정도 많았습니다.
특히 대구는 65세 이상 인구의 25.8%, 경북은 27%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명 중에 1명은 생애 말기,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겁니다.
[ 조정숙 /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본부장]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써서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것 자체가 본인이 웰다잉 하시는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고요. 연명 의료는 중단하지만 통증 완화를 위한 처치는 끝까지 하게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육체적 생명의 아름다운 마무리, 이런 것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명의료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대구와 경북의 호스피스 입원 가능 의료기관은 단 12곳.
전국적으로도 100여 곳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법적 요건이 '임종이 임박한 상태'로 좁게 규정돼 있어 치료가 강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고령층의 84.1%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의 연명의료를 거부하지만, 현실에서는 67%가 연명치료를 받고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존엄한 삶을 위해 이제는 존엄한 죽음을 고민하는 시대.
'삶의 질'을 위한 개인의 선택이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