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건축법을 위반해 다 지어 놓고도 운영을 하지 못했던 대구 앞산 해넘이캠핑장이 오늘(26일) 준공 2년 반 만에 '숲속 책 쉼터'로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습니다.
시민의 쉼터를 표방했지만,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한 장애인 편의시설이 기준 미달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박동주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오늘 오후 대구 남구 앞산 숲속 책 쉼터입니다.
개장 첫날, 책을 빌리는 공간과 쉼터, 잔디마당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시간당 8천 원에서 1만 원을 받는 쉼터 16개동의 당일 오후 예약은 모두 찼습니다.
당초 캠핑장으로 조성된 이곳은 감사원 감사에서 건축법 위반 사실이 무더기로 드러나 준공을 하고도 2년 넘게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책 쉼터로 용도변경해 시민들의 공간으로 새로 단장했지만, 취재진이 현장을 둘러보니 여전히 시설 곳곳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쉼터로 가는 경사로입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앞으로 나아가자, 몸이 앞으로 쏠립니다.
활동지원사가 휠체어를 잡아야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 보입니다.
실제 경사로의 각이 8도를 넘어 법적 기준인 3.18도보다 2배 가량 높습니다.
[임은현 /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료상담가 "의아하죠. 요즘에도 이런 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수동휠체어 타는 사람들이 제일 위험할 것 같고요, 넘어질 수도 있으니까 좀 위험할 것 같아요."]
화장실도 문젭니다.
법정 기준보다 좁게 시공된 화장실은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하고, 공용 공간의 장애인화장실은 고장으로 출입이 막혔습니다.
지난 7월 남구청이 장애물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 '배리어 프리 인증' 심의에서 해당 문제들을 지적받았는데도 보완하지 않고 개방을 강행한 겁니다.
인증을 받으려면 재시공을 해야 하는데, 남구청은 문을 닫고 공사할 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장은경 남구청 홍보미디어과장 "향후 인증 과정에서 추가 보완 사항이 발생 시 수합해서 공사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공사 시에 이용하시는 분들이 불편이 없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겠습니다."]
남구청은 앞서 캠핑장을 짓는 데만 77억 원의 예산을 썼고 쉼터로 바꾸기 위해 3억6천여만 원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준공 후 2년 반 만에 모습을 드러낸 쉼터가 법적 기준 미달 상태로 문을 열면서 시민 불편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TBC 박동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