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불 이틀째, 의성 곳곳이 잿더미가 됐습니다.
밤 사이 폭격을 맞은 듯 무너진 보금자리 앞에 주민들은 허탈한 얼굴입니다.
당장 봄 농사를 포기하는 집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박정 기자가 피해 현장 다녀왔습니다.
[기자]
앙상한 기둥만 남기고 폭삭 내려앉은 주택.
타다 만 볏짚 사이에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내기를 앞두고 장만한 이앙기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잿더미가 됐고, 밤새 불길에 휩싸인 집을 지켜봤던 주민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김민수/피해 주민 "밤샌 거죠. 날 새서 4시 반까지 계속... 이거 가지고 모 심고 복숭아 농사 지어야 하는데, 경운기까지 다 타서 농사 짓기가 힘들 것 같아요."]
검게 그을린 담벼락을 따라 마늘밭을 둔 이웃집도, 건넛집도 모두 불에 탔습니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삶의 터전을 잃은 마을, 참담한 분위기입니다.
"불길이 지나간 마을은 완전히 폐허가 됐습니다.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이후, 두 부부의 보금자리였던 이 집은 보시는 것처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출고를 앞둔 사과와 배 창고에 불길이 옮겨 붙으면서, 과일 수백 톤이 시꺼먼 재가 됐습니다.
설비 하나 못 건지고 창고 두 동이 전소되면서, 당장 직원들과 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입니다.
[김양수/피해 주민 "너무 참담한 심정이고요. 지금 현재로서는 무슨 생각을 할 겨를도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천년고찰 운람사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사찰의 주 법당, 보광전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이곳은 지금도 매캐한 연기와 함께 잿가루가 날리고 있는데요.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비롯한 유물 24점은 화마가 덮치기 직전 인근 박물관으로 긴급 피신했지만, 1천 3백 년의 역사를 이 자리에서 지켜온 사찰은 무너져내린 기왓장들만 남았습니다."
[운람사 도륜 스님 "지키지 못해서... 매일 참회를 합니다. 부처님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진화 작업은 계속해서 답보 상태.
주택 22채를 비롯해 110건의 시설 피해가 확인됐고, 피해 규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TBC 박정입니다. (영상취재 고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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