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행자 우선도로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차보다 사람에게 우선 통행권이 주어지는
도로인데, 도입 2년이 다 되도록 아는 이가 거의 없습니다.
현재 대구에 7곳, 지금까지 23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는데, 대구시가 도입 효과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집중취재, 정진명 기잡니다.
[기자]
차량과 보행자가 한 데 뒤섞인 혼잡한 도로.
검은색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인파 속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보행자를 향해 길을 비키라고 경적을 울리는 차량도 있습니다.
[현장음 : 경적 소리]
4년 전 보행자 우선도로로 바뀐 대구보건대학교 인근 모습입니다.
[서현규 / 대구시 용산동 ]
“(여기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을 평상시에도 하긴 하거든요. 골목골목 다닐 때 그냥 차 나오는지 항상 좀 유의하고 다니는 (편입니다.)"
역시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곳.
제 갈 길을 가는 차들 사이로 보행자가 끼이는 위험천만한 모습까지 연출됩니다.
[운전자]
“보행자 우선도로인 거 혹시 아셨어요?"
"그건 몰랐지. 매번 이리로 왔다갔다 하는데요"
도로교통법에 따라 보행자 우선도로에서는 말 그대로 차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차량이 보행자 옆을 지날 경우 안전거리를 둬야 하고, 보행자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30km 이내로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보행자를 위협하는 경적을 울려서도 안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범칙금과 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탠딩]
“이곳은 보행자우선도로입니다. 수억 원을 들여 안전 표지판과 노면 표시, 그리고 교차로 알리미 등을 설치했지만, 여느 도로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시설물이라고 해봐야 과속 방지턱이 전부, 그 흔한 단속카메라조차
없습니다.
[00구청 관계자]
"과속방지턱이나 로고라이트 이런 시설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가를 관리하고요. 속도 제한은 저희 소관이 아니라서. 경찰에서 하거든요."
현재 대구에서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곳은
모두 7군데, 국비와 시비 23억 5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대구시는 사업 시행 후 보행자 우선도로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31%나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CG]
이 수치가 어떻게 나왔나 확인해 봤습니다.
5개 보행자 우선도로의 설치 전과 후, 교통사고 발생 건수를 각각 더해 연도 수로 나눈 뒤 이 수치를 모두 더하고, 또 다시 도로 수로 나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이 적용됐습니다.
우선도로 설치 전후를 똑같은 기간으로 설정하지
않은데다, 사고 건수가 제각각인 5개 도로의
수치를 모두 더해 억지 통계를 이끌어낸 겁니다.
이렇다보니 사업이 마무리된 뒤 교통사고 건수가 오히려 늘어난 우선도로도 있었습니다.
[CG]
이에 대해 대구시는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시민 이해를 돕기 위해 교통사고 발생률을 계산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대구시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동구 일대에 10억 원을 들여 아무도 모르고,
효과도 알 수 없는 보행자 우선도로
3곳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TBC 정진명입니다 (영상취재: 노태희, CG: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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