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103주년 삼일절을 맞아
역사에 손 놓은 도시, 대구시의 역사인식 문제를 전해드립니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박물관과 근대골목 관련 투어에
친일 인사들이
버젓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이를 알고도
좀처럼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박철희 기잡니다.
[기자]
대구시의 전신인 대구부가 1929년 도입했던
대구 부영버스,
대구 근대역사관의 대표 체험 공간입니다.
안내 음성
“말 그대로 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중교통이지예.
자, 이 버스를 타고 대구 근대거리를 보고싶다카면 지금 출발합니데이, 오라이“
90여 년 전 거리 풍경이 펼쳐지자
관람객의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관람객
“와, (옛날) 대구 시내 볼 수가 있네”
“옛날 이(대구근대역사관 인근) 동네”
“아, 이거 괜찮네...”
버스가 금융거리로 진입하면서 나오는 안내 음성,
안내 음성
"경일은행은 1920년에 대구의 제일 큰 부자였던 장길상 형제들이 중심이 돼서 설립된 은행이라고 카네예. (경상)합동은행은 대구 출신의 유명한 부자인 정재학 씨가 대구의 한국인 경제인을 모아 설립한 대구은행의 후신입니다. 1920년대 금융공황, 일제의 은행 통합 때에도 경영권을 지켜냈다 아인교. 대단하지예?“
하지만 이들의 친일 행적은 뚜렷합니다.
(CG) 1918년 조선총독부 관보에
장길상과 정재학의 이름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일왕 즉위 기념관을 짓는데 건축비를 기부해
은배를 하사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CG ) 정재학은 한일병합과 일왕 즉위에 기여한 공로로 수차례 일제의 포상을 받는가 하면
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와
총독부 산업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1919년 3.1운동 확산을 막기 위한
대구 자제단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CG) 장길상 형제는 독립투사 박상진 광복회 총사령이 처단한 친일부호 장승원의 아들로,
특히 동생인 장직상은 일제의 각종 포상은 물론
중추원 참의로 무려 16년을 재임했고
형인 장길상은 소작농 착취 논란이 불거진 인물입니다.
(CG) 정재학과 장직상은 정부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과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역사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인물을 굳이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심지어는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이 (소개하는 건)
당장이라도 시정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부영버스 체험이 시작된 지 벌써 11년째...
대구 근대역사관 측은
콘텐츠 제작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친일 인사들은 대구 근대골목 반지길 투어에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CG)장덕조와 김울산, 박경원을 대구 대표 여성으로 소개하는 겁니다.
장덕조는 1940년대 일제 침략전쟁 참여를
선동해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됐고 김울산은 일제 군자금과 비행기 건조비 헌납 등의 친일 행적이, 박경원은 일본군 위문행사 비행 도중 추락사한 게 논란이 돼온 인물입니다.
3년 전 TBC 보도 당시 했던 대구시의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충한/대구시 여성가족정책과장, 2019년 3월]
“관련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아서 정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문제 제기된 세 분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까지도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항일엔 인색하고 친일엔 넉넉한 대구시의 역사인식, 지역사 정리에 손 놓은 도시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TBC 박철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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