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날씨
[단독]70년 만에 나타난 대구 보물 '상약국합'
공유하기
정치경제부 박철희
PCH@tbc.co.kr
2021년 12월 13일

[앵커]
허름하고 낡은 건물, 찾는 이도 거의 없습니다.

달성공원에 자리한
대구시립 향토 역사관의 모습입니다.

전시 유물 대부분이 복제품이고,
14년째 기획 전시 한 번없었던...
시립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돕니다.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대구에만 시립 박물관이 없다보니,
우리의 것을 찾고, 또, 담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CG]사실 대구에 시립 박물관이 없었던게 아닙니다.

1947년 지금의 향토 역사관
바로 옆 테니스장 자리에
비수도권 첫 공립 박물관인
대구 시립 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일제가 신사 부속 건물로 쓰던
국체 명징관이란 곳을 개조해서,
2천여점의 화려한 유물들을
소장했던 것으로 전해 집니다.

하지만, 6.25 전쟁 통에 유물이 무더기로
사라졌고, 이후 다시 문을 열지 못했는데요,

당시 사라진 유물중 하나가 엉뚱하게도
다른 지역 사립 박물관에 있는 게
TBC 취재 결과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박철희 기자의 단독 보돕니다.


[기자]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

독특한 형태의 고려청자가 전시돼 있습니다.

국가 지정 보물인 청자 상감 상약국명 음각운룡문합입니다.

상약국이라는 한자가 흰흙으로 상감됐고
뚜껑 위엔 용이 구름 사이로 여의주를 문 형상이 자리한 12세기 경 청잡니다.

한독의약박물관 홈페이지 안내 음성
"상약국은 고려시대 왕실의 의약을 담당하던 의료기관입니다. 왕실용 약그릇답게 작아도 당당한 품격을 지니고 있어서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문헌에 나오는 고려왕실의 의료기관 ‘상약국’의 존재를 입증하는 귀중한 문화잽니다.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이사장>
“(뚜껑의) 용이 왕을 상징하지 않습니까.
고품격의 조형미가 뛰어난 청자라는 것이고요.
왕이 상시에 지근거리에 비치했던 상비약이나 차를 담았기 때문에 이런 (고품격 청자로 만들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상약국 합은 어디에서 왔을까

(CG)일제강점기 대구에서 목재상을 하며 큰 부를 축적한 일본인 스기하라 초타로입니다. 정.재계 거물로 자리하며 약탈 문화재를 바탕으로 당대 대표적 수집가로 꼽히던 인물입니다.

1944년 자신의 소장품을 유물 도록으로 만들었는데 바로 이 곳에 청자 상약국합이
수록돼 있습니다.

(CG시작)한독의약박물관 것과 비교하니
전체 형태는 물론, 뚜껑 금간 부분과
상약국 글씨 아래 초승달 모양 흠집,
또다른 세 군데 흠자국까지 완전히 판박이입니다.

청자 전문가인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이사장부터 현직 박물관장들까지 자문에 응한 전문가 3명 모두가 동일 유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CG끝)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이사장>
“다른 유물로 보기는 상당히 힘들 것 같습니다, 솔직히...뚜껑의 문양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고요. 건조하면서 흠집 생긴 거도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해서...“

(CG문서)스기하라는 해방 직후 미 군정청의 적국 자산 즉 적산 환수 명령에 의해 상약국합을,
다른 유물 수백 점과 함께 대구시에 헌납했습니다.

대구시는 1947년 시립박물관을 개관해 이를 전시했습니다.(CG끝)

<윤용진 경북대 명예교수>
“마지못해서 (대구)시청에다 헌납하는 형식으로 해서 주고는 (일본으로) 몸만 빠져나가다시피 했어. 스기하라 거(유물)는 대구시에다 맡겼어, 다른 사람들은 경주에도 맡기고 했는데“

대구시 기록관 문서창고에 보관된
1950년 대구시립박물관 보물 목록에도
(CG)상약국합은 ‘청자음각 용운문 상약국명 합자’라는 이름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6.25 한국전쟁 와중에 도난당했고
이번에 한독의약박물관에서 확인된 겁니다.

(CG)한독 측은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입수 경로를 알지 못한다면서 수차례에 걸친 취재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약령시의 도시 대구가 품었던 고려청자 상약국합,
70년 만에 행방이 확인된 대구의 보물을
대구로 다시 돌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TBC 박철흽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53-760-2000 / 010-9700-5656
▷ 이메일 : tbcjebo@tbc.co.kr
▷ 뉴스홈페이지 : www.tbc.co.kr

주요 뉴스

최신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