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달 초대형 산불이 덮친 경북 북부는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역이죠.

그동안 인구를 늘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해도 별 효과가 없었는데 오히려 산불 이후 일부 시군의 인구가 늘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박철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어선은 불타고 양식장은 쑥대밭입니다.

지난달 25일 밤 산불이 덮친 영덕, 10명이 숨지고 주택 1천5백여 채가 소실돼 한숨이 가득한 이곳에 최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2020년 9월 이후 53개월 연속 줄었던 주민 등록 인구가 지난달 말 감소세를 멈춘 겁니다.

영덕의 한 읍면 사무소를 찾아 최근 동향을 물어봤습니다.

[영덕 A 읍면 민원 담당 직원“보통 재난이 발생하면 전입 신고 같은 게 평소보다 좀 줄어야 정상인데 산불 발생 이후 다음 날부터는 평소보다 좀 많이 늘었습니다."]

실제 해당 지역은 영덕에 산불이 넘어온 다음 날부터 일주일 동안 관외 전입이 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배에 이릅니다.

특히 경북도가 지난달 28일 산불 피해 5개 시군의 전체 주민에게 재난지원금 30만 원씩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바로 그날부터 며칠 사이 전입 신고가 집중됐습니다.

휴일 인터넷 신청에다 심지어 산불로 주택이 전소된 곳을 전입 주소로 적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산불 피해가 극심한 안동의 한 읍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안동 B 읍면 담당자 ”안 그래도 (산불 이후) 전입이 많이 있으시더라고요. 인터넷 전입 신고 같은 경우는 시골 같은 경우는 1년에 몇 건이 없어요. 근데 그날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이) 보도된 바로 오전에만 3건이 있었거든요."]

[안동 C 읍면 담당자 “(기존에는) 연락만 드리고 신청 사항이 맞는지 확인하고 처리를 했었는데 이제는 집이 전소됐는지 여부까지 확인하고 (그런 경우엔 반려합니다.)”]

이런 가운데 안동과 의성의 주민 등록 인구는 늘었습니다.

인구 감소가 일상화된 지역이지만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안동은 한 달 새 340명, 의성은 15명 각각 증가한 겁니다.

안동은 5개월, 의성은 17개월 만의 반등으로 재난지원금과 각종 구호비 지급을 기대한 반짝 전입 효과 덕분으로 추정됩니다.

더구나 경북도가 재난지원금 지급 주민 등록 기준일을 3월 28일로 정하면서 이날까지 전입한 이들은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5년 전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둔 대구에서도 전입이 전출을 웃도는 인구 순유입 현상이 26년 만에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재난 피해 주민들의 곁에서 지원금을 타내려는 어처구니없는 행위를 차단할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TBC 박철희입니다.(영상취재 김명수 CG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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