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주만 해도 포항 현대제철과 경주 사료 공장에서 20대 젊은이 2명이, 또 경산의 학교 공사장에서는 60대 작업자가 잇따라 숨졌습니다.
올 들어 대구,경북 산업 현장에서 모두 16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박가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사]
경산의 한 초등학교.
증축 공사가 한창인 현장에 119구조대가 도착합니다.
잠시 뒤 구급차가 현장을 빠져나가는 이곳,
전기 관련 작업을 하던 60대 총괄 책임자가 숨진 겁니다.
당시 뒤로 보이는 출입문을 통해 지하 1층으로 변압기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정장치가 빠져 굴러 떨어지면서 아래에 있던 남성을 그대로 덮친 겁니다.
[경산교육지원청 관계자 "앵커 박아놓은 게 탈락하면서 계단으로 굴러 떨어진 거죠. 다른 분은 피했는데 그분은 밧줄을 잡고 있다 보니까 못 피했나 봐요."]
지난 14일에는 현대제철 포항1공장에서 20대 계약직 직원이 10여 미터 아래 쇳물 찌꺼기 보관 용기에 떨어져 숨졌습니다.
당시 용기의 온도는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당 직원은 작업 지침과 달리 안전고리를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조는 사 측이 현실성 없는 안전 조치만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금속노조 조합원 "전기로 내부폭발은 늘 있던 일이고, 그런 돌발사고 속에서 안전벨트를 하게 되면 제2, 제3의 또다른 사고가 발생될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았지만,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에서 최근 3년간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84명, 특히 올 들어서는 벌써 16명으로 닷새에 1명꼴로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책임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수사 진행은 더디기만 합니다.
[TR] 2022년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대구고용노동청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모두 92건, 이 가운데 사건 처리가 완료된 건 42건에 불과합니다.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지만 대구.경북의 전담 수사 인력은 고작 10명이 충원되는 데 그쳤습니다.
[이동환/대구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 근로감독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거나 다수가 발생하는 지역을 위험상황 관리지역으로 저희가 선정을 해서 그쪽 지역을 대상으로 안전문화를 확산하고, 그리고 합동 패트롤 등 현장 지도를 집중적으로...]
잇따르는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TBC 박가영입니다. (영상취재 노태희 CG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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