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지역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쓰기조차 어려운 구호품들이 많아서 지자체들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헌옷 상자들을 착불로 보내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진명 기자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기자]
청송국민체육센터로 기부 물품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맨몸으로 빠져나온 이재민에게 당장 필요한 옷부터 김치와 휴지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차마 사용하기 힘든 물품들이 많습니다.
"시민들이 기부한 물품입니다 여기 보시다시피 옷들은 낡아 해지거나 보풀이 펴 있고, 이불은 먼지가 가득 묻어있습니다"
국자는 까만 기름때로 가득하고, 프라이팬은 코팅이 벗겨져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 유기봉 / 청송군 파천면 "쓰레기 모아서 무엇합니까. 한 가지라도 입을 수 있는 것 주면 좋겠다. 이거지."]
[ 정준수 / 청송군 파천면 "쓰던 것 받으면 기분이 나쁘지. 우리 마을 노인정에도 보니까 막 헌 구두, 헌 옷 받는 것...그렇죠. 우리가 뭐 거지도 아니고. 도와주는 마음은 좋은데..."]
경북 북부지역 산불 이후 청송군으로 모인 구호품 가운데 지금까지 못 쓰고 버려진 양만 무려 11톤, 처리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런 가운데 청송군의 한 비영리단체 앞으로 헌옷 상자들이 착불로 배송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 비영리단체 관계자 "(기부 물품 중) 한 20%는 성의껏 진짜 깨끗한 것으로 보내주셨는데,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로 버리는 것들 보내줬어요. 진짜 눈물이 나고 속이 상해. 전부 다 착불로 보내가지고 착불비가 지금 우리 기관에서 70만 원이 넘는 돈이 나왔어요"]
경북 북부지역 산불로 피해를 입은 다른 지역 주민 대피소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 2019년 강원도 대형 산불 당시에도 기부된 헌옷 53톤 가운데 30톤이 버려지기도 했습니다.
[안동시 관계자 "(헌 구호물품을)거절 할 수가 없어서 받아요. 이분들이 집이 없는 거지, 옷이 없는 게 아닌데..."]
지금 산불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사용이 가능하지만, 나에게는 필요가 없는 물품들입니다.
TBC 정진명입니다 (영상취재 노태희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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