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북부지역 산불 피해자 중에는 고위 관료 출신도 있습니다.
9년 전 고향인 의성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입니다.
산불 피해 현장에서 만난 그는 지역 농업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면서 지방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권준범 기자가 이 전 장관을 만나봤습니다.
[기자]
고향으로 내려온 뒤 뒷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감과 호두, 복숭아, 자두나무가 벌써 9살, 애지중지 키운 것들이 모두 숯덩이로 변했습니다.
["여기 물통하고 있었는데, 다 타버리고 없는거죠."]
집 앞마당에 수년 동안 심어놓은 조경수 수천 그루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나이 일흔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 사람, 바로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입니다.
농업 분야 최고 정책 입안자 일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동필/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다년생 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종자와 비룟값은 생산비하고 다른 문제잖아요. 투자가 됐고, 노동이 들어갔고 등등 있을 거 아니에요. 그게 생산비인데, 생산비에 이윤을 추구하면 그게 판매 가격이 되는 거겠죠. 그런 부분이 보상 체계에 반영이 돼 있지 않다."]
경북 북부지역 산불로 피해를 입은 5개 지역 노인 비율은 36.1%, 의성은 47.9%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소멸 위기 지역이 카운터펀치를 맞은 격입니다.
[이동필/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고령화로 그냥 겨우겨우 이렇게 명맥만 유지하던 이 산골 농촌 마을이 완전히 아예 없어지게 생겼다. 그야말로 소멸 위기가 현실화됐다고 할까요. 구체적으로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렇게 저는 이해를 합니다."]
산불 피해는 경북 북부 5개 지역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이동필/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사과 농사를 짓던 농가 소득에 문제가 생길 거고, 그다음에는 사과 수급에 문제가 생기죠. 사과가 공급이 안되면 사괏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굉장히 어려워지겠죠. 식량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식탁을 유지해 오던 식문화에도 충격이 주어지고, 우선은 물가라든지 이런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대안은 함께 가는 것,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동필/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불탄 곳에 다시 씨앗을 뿌리고, 불탄 곳에도 해는 뜰 거 아니에요.한편으로 (피해) 어른들이 집단적으로 모여서 살수 있는 이런 시설을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그분들이 경작하던 농경지를 영농 법인이나 대행 회사로 조직을 해서 공동으로 영농을 하도록 하는 대안이 나오지 않고서는 저 버려진 농토를 어떻게 할 도리가 없죠"]
"화마는 우리의 봄을 모두 집어삼켰습니다. 앞으로 몇번의 봄이 지나야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가늠조차 안되는 상황입니다. 소멸을 넘어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TBC 권준범입니다. (영상취재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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