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성에서 시작된 경북북부 산불이 어제 꺼졌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피해 현장 곳곳엔 깊은 상흔이 남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복구에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일주일째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박가영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북북부를 덮친 산불이 시작된 의성.
7일만에 꺼진 화마는 곳곳에 검은 상흔을 남겼습니다.
산 능선을 따라 나무들은 온통 잿빛으로 변했고, 산소와 논밭은 새카맣게 그을렸습니다.
주택 2백 채가 불에 타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단촌면.
그날 마을을 덮친 화마로 이 집도 곳곳이 온통 새카맣게 타버렸는데요. 철제로 된 창고의 지붕은 힘없이 휘어졌고, 벽은 그대로 녹아내려 종잇장처럼 구겨졌습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 주민 "집에만 오면 눈물 나. 여기 안 오려고 해. 여기 창고. 냉동창고, 저기 우리집이에요. 이게 집없는 설움이구나 그걸 느꼈어요."]
화마로 쑥대밭이 돼버린 인근의 또다른 마을.
불이 꺼졌다는 소식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복구는 엄두조차 못 냅니다.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주민 "복구는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인 거고..."
"이거 못 대지요. 손대지 말라 그래요. 검은 게 막 덮어 씌어가지고 물도 안 나오고 해 가지고, 오늘 물이 나온다 그래서 저 유리 닦고 그렇게 있는 중입니다."]
큰 불이 잡히고 맞은 대피소의 첫 주말.
상당수가 집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80여 명의 이재민들이 남아있습니다.
일주일째 이어진 대피 생활에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황봉련/의성군 신평면 청운리 "이거 6.25 보다 더하다. 집에 가고 싶지 집에 안 가고 싶은 사람 있어요. 나이 백 살 먹어도 집이 좋지."]
산불 이후 처음 집을 찾은 어르신.
급하게 몸을 피하다 놓친 짐가방에는 하얀 재가 쌓였습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급히 옷가지 몇벌을 챙겨 다시 대피소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집으로 돌아오는 것뿐입니다.
[김경근/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집을) 이렇게 보니 좋아요. 남의 말 들어보면 올 수가 있나. 영감이 또 그렇지(아프지). 나는 또 이래도 가야 돼. 영감 때문에 가야 돼."]
역대급 피해를 남긴 산불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과 이재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TBC 박가영입니다.(영상취재 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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