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을 잃은 이재민들, 대부분 연세 많은 노인분들이죠.
돌아갈 곳이 없다보니 많은 이들이 기약 없는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병을 갖고 있는 데다 집 잃은 충격도 상당해 건강을 살펴야 하는데 이들을 위한 의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정진명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의성군 단촌면에 사는 권원숙, 배말자 씨 부부.
사흘 전, 화마가 노부부의 보금자리를 덮쳤습니다.
불길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면서 부부는 겉옷과 약봉지만 챙겨서 긴급 대피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목을 크게 다쳤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원숙, 배말자 / 의성군 단촌면 "옷 입고 불나서 쫓아나오다가 접질렀어요. 원래 다리도 안 좋아요. 다리도 안 좋고. 두 다리 모두 안 좋아요. 걸음도 똑바로 못 걸어요."]
이들 부부를 포함해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민 대부분이 고령자들로 지병을 앓는 이들도 많습니다.
[조대래 / 의성군 의성읍 " (집이) 다 타버렸어요. (그동안) 약을 못 먹었지요." "며칠간요?" " 한 4~5일 정도 됐겠네" ]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5개 시군의 대피소는 모두 80여 곳, 이 가운데 임시 의료시설을 갖춘 곳은 11곳뿐입니다.
이마저도 안동과 의성에 집중돼 있고 청송, 영양, 영덕에는 의료시설을 갖춘 대피소가 한 곳도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아프면 동네 약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서정훈 / 약사 "주로 호흡기 쪽이죠. 연기 많이 마시니까 인후통이라든지 두통하고 기침 가래 쪽으로 많이 오십니다. 많이 불안해 하시니까 청심환 쪽으로...]
재난 현장에 구호의 손길이 부족해진 건 의정 갈등도 한몫을 했습니다.
지난 2022년 울진 산불 당시에는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지원단을 꾸려 현장으로 파견했지만, 이번에는 계획조차 없습니다.
[대학병원 관계자 "우리 의사 수가 없어서 나가겠나 우리 안 되지 싶은데..." "혹시 (지원)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없어요, 없어요. 아직 뭐 들은 게 없으니까요."]
충격과 공포에 빠진 고령의 이재민들이 건강을 잃지 않도록 지원 대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TBC 정진명입니다 (영상취재 김남용 CG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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