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5일) 밤 청송과 영덕을 덮친 산불로 한때 관공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절체절명의 순간 재난문자 공백 상황이 몇 시간째 이어져 주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이틀 뒤 검도대회가 열린다는 이유로 다른 대피 장소를 안내했다 정정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한현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청송군청 뒤 야산으로 시뻘건 불길이 넘실댑니다.
청사 화재까지 우려되는 상황, 청송군은 오후 7시 쯤 모든 직원들을 대피시켰습니다.
대피 직전인 오후 6시 51분 주민들에게도 즉시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습니다.
1시간 정도 지나 산불이 지나간 뒤 청사로 복귀했지만 더 이상의 재난문자는 없었습니다.
[청송군 관계자 "복귀한 게 한 두세 시간 됩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요. 1시간 정도... 복귀하고 난 이후에는 현장에 대부분 가있었고 일단은 그 전에 위험지역에 있는 주민분들 대피하는게 우선이라고 해가지고..."]
청송군이 다시 재난문자를 발송한 건 다음날(26일) 0시 23분, 재난문자 공백이 5시간 30분 가량 동안 이어진 겁니다.
[청송군 주민 "청송에서 어디로 대피하라 안내받으셨어요?" "그런건 뭐 잘 못 받았어요. 몸만 빠져나오면 어디든지 간다고 생각했죠."]
인명 피해는 재난문자 공백 상황에 집중됐습니다.
오후 7시쯤 청송군 파천면 도롯가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차량을 타고 대피소인 청송국민체육센터로 이동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비슷한 시각 자택에서 2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이 실종되기도 했됐습니다.
오락가락한 대피소 안내도 혼란을 키웠습니다.
청송군은 대피 거점인 청송국민체육센터에서 이틀 뒤(28일) 검도대회가 열린다는 이유로 관광호텔과 연수원 등 다른 대피소를 안내했다가 산불 상황이 커지자 뒤늦게 대피소를 정정했습니다.
[청송군 관계자 "이게 또 전국대회이고 하니까 쉽사리 취소 결정을 못하고 있었던 거에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던 거죠. 분산돼 있으면 관리도 안되고 그래서 이제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모아서..."]
산불이 덮쳐 밤새 아비규환에 빠졌던 영덕군에도 밤 9시 전기 장애에 이어 10시 20분 통신장애가 발생하면서 재난문자 시스템이 먹통이 됐습니다.
역시나 대피 장소를 정정하는 등 우왕좌왕하며 비상사태 상황 관리에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영덕군 관계자 "통신 자체에 문제가 있다 보니까 저희가 보내도 수신이 안되고 이런 경우도 있어서..."]
한 순간 무용지물이 된 재난 안전시스템으로 의지할 곳 없는 주민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TBC 한현호입니다. (영상취재 김남용 노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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