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태풍으로 경주와 포항지역 저수지 4곳에서
제방이 붕괴되거나 유실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는데요,
경북도내 저수지 60% 이상이 조성된 지 70년이 넘어,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취약한 실정입니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제방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김낙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태풍 힌남노가 많은 비를 뿌린 저수지 인근 마을,
마을 진입로 곳곳에 토사가 무너져 내렸고
산비탈을 타고 물이 쏟아지면서
도로 일부에 계곡 물길이 생겼습니다.
새벽 잠을 설치고 긴급 대피한 주민들은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습니다.
[정경옥 / 경주시 오금리]
"시어머니가 연세가 높으시니까 집에 계시다가 (사고 당하면) 안 되잖아요. 물은 넘어오지. 그래서 (구조)요청을 해서.."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경주 왕신저수지,
태풍 당시 이틀 동안 250밀리미터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저수지 물이 넘쳐 댐 사면 흙더미의 3분의 2가 급류에 유실됐습니다.
이번 태풍으로 경주 왕신저수지와 송선저수지,
권이저수지 그리고 포항 갈평저수지의
제방이 무너지거나 유실돼 주민들이 대피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마다
피해는 기본이고 제방붕괴 우려 때문에
긴급 대피해야 하는 고통까지 겪고 있습니다.
[이수근 / 경주시 왕신2리]
"해마다 그랬어요. 올해만 아니고.. 태풍이 올 때마다 저 저수지가 붕괴될까 싶어서 항상 밤잠을 못 자죠. (저수지를) 지은 지도 50년 가까이 됐고..."
[화면전환]
복구 작업이 한창인 왕신저수지입니다.
덤프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포크레인이 흙을 퍼서 움푹 패인 댐 사면을 메우지만 응급복구에 그칠 뿐
근본적인 보강작업은 엄두도 못냅니다.
[박희재 / 농어촌공사 경주지사 수자원관리부장]
"안전 때문에 물 빼는 게 우선이라서 물빼기 작업을 선행하고 있고 유실된 부분 그게 골이 많이 파여서 응급복구 지금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북도내 농업용 저수지는 모두 5천 388곳.
이 가운데 61%가 1945년 이전에 조성돼
노후화가 아주 심각한데다
30년 안 된 저수지는 2%에 불과합니다.
오래된 저수지 대부분은
제방 안에 철근이나 콘크리트가 시공되지 않아
이번 태풍처럼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면
붕괴나 유실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에도 집중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제방 하중값을 포함해 저수지 설계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TBC 김낙성입니다. (영상취재: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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