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째 소음 시위.."학생들이 무슨 죄"

1년 반째 소음 시위..학생들이 무슨 죄

김낙성 기자 (musum71@tbc.co.kr)

2022년 04월 08일 20:52:55

[앵커]

대구의 한 구청 앞에서 1년 반 넘게
재개발 항의 시위가 이어지면서
주변 학교 학생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학교 수업은 물론 코로나19 방역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해당 구청과 경찰은 합법적인 집회를 제지할 방법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낙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대구 서구의 한 초등학교 수업시간.

봄꽃이 활짝 핀 포근한 날씨에도
교실 창문은 꼭꼭 닫혀 있습니다.

창문을 열면 창 밖에서 장례를 치를 때 부르는
상여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등교할 때부터
학교에 머무는 온종일 들려오는
음산한 소리에 심각한 피해를 호소합니다.

<해당 초등학교 학생>
"기분이 나빠요. 계속 머릿속에서 (음악이) 생각나고. 공부하는데 창문을 열어놓으면 소리가 바로 들려서 소리 때문에 집중이 안 돼요."

코로나19 방역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1-2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하지만
상여소리 때문에 창문을 쉽게 열 수도 없습니다.

<해당 초등학교 선생님>
"제일 중요한 건 방역수칙 준수를 못해요. 왜냐하면 한 시간이나 두 시간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문을 닫아야 되는데.. 창문을 열면 저 소리가 들리니까 (학생들이) 저 소리 뭐예요 하고 (묻거든요.)"

문제의 소리 진원지는
인근 재개발 지역 일부 철거민들이
보상에 불만을 품고
2020년 7월부터 이어가는 집회용 차량 입니다.

<시위 철거민>
"보상가가 적다. 현 싯가로 줄 때까지 합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구청 등 관공서에서는 오전 7시부터 해지기 전까지
75데시벨 이하 소음은 허용됩니다.

1년 반 넘게 이어지는 집회 소음으로
경찰에 하루 두 세 건 민원이 접수되고
국민신문고에도 7건이 올라왔지만
합법적인 집회를 제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경찰 관계자>
"저희들도 솔직히 난감합니다. 저분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저촉되는 부분이 있으면 제재를 하거나 집회신고할 때 보완 통보를 하거나 이런 부분에서 개선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데 그것도 아니니까.."

이 초등학교를 포함해 주변 학교만 4곳,

해당 구청과 경찰이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TBC 김낙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