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색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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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28 18:49
요즘 조용한 방송가에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4인 MC 눈여겨 봐주세요 MC 이성원 010-2879-8762

영남일보 기사 원문2010.9.17



시상식때 상품 없어 외상으로 준적도 있죠…썰렁한 분위기 이어지는데 국회의원 바지 벗겨지는 바람에 ㅋㅋㅋ…



요즘 '웃음산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웰빙세상 탓인 모양이다. 총동창회 행사, 비용절감차원에서 사무국장이 사회자를 자청했을 때, 득보다 실이 더 많다. 괜찮은 MC 부르면 효과는 200%, 그게 더 싸다. 예전 MC는 방송국, 아니면 밤무대에 거의 고정돼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버전의 행사가 폭증했다. MC시장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구도가 바뀐 것이다. 기업연수, 야유회, 동창회, 돌잔치, 결혼식 피로연, 생일잔치, 리셉션 등 행사별 전문MC수요가 증가추세다. 자연 좌중을 쥐락 펴락하는 배꼽잡고 눈물 쏙 빼놓는 '재기발랄·눈치백발·애교폭팔 MC'가 상종가. MC특수를 잡으려는 각종 MC양성학원까지 등장했다.

추억을 앞두고 지역에서 한 입담하는 별별 MC 4명과 그룹인터뷰를 했다. 그들을 통해 세상을 읽고 싶었다. 만담 MC 도태환, 칠순잔치 MC 이수진, 대학축제 MC 이성원, 돌잔치 MC 김석중씨. 바야흐로 이들이 있어 무뚝한 도시 대구가 푸하하하 '웃음 도시'로 변하고 있다.



# 만담 전문 MC 도태환

필살기요? 역대 대통령 성대모사죠

나이는 예순다섯이지만 웃음은 이십대

"떴다 도태환."

그럼 좌중이 뒤집어진다. 말문을 열기 전엔 꼭 '만화방 아저씨' 같다.

경주 신라문화제, 임산부 노래자랑, 지난 8월에는 제1회 청도가요제 등 그는 만담가 스타일의 지방축제전문 MC. 올해 예순다섯인데 웃음은 거의 이십대. 예전 남철·남송남 콤비를 연상시킨다. 무대에 서면 목소리가 달라진다. 필살기가 있다.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등 역대 대통령 성대모사 한방이면 좌중은 이내 그의 독무대. 제3항만 사령부 정훈실 월남파병 환송식 및 환영식 MC였을 정도로 젊을 때부터 '끼쟁이'였다. 입대 전 연예 쪽도 생각했지만 조부의 엄명 때문에 포기했다. 20년 이상 동아백화점에서 근무도 했다. 그가 MC의 삶을 걷게 된 동기는 뭘까. 고향 동네 노래자랑 사회를 맡게 된 이장이 보이지 않아 그가 대타로 마이크를 잡았는데 준비된 사회자 이상으로 재치를 발휘해 실력을 인정받는다.

"무슨 노래를 부르겠습니까"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아,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말이죠" 매번 이런 식이다.

얼마전 청도의 한 여름행사에 이중근 군수가 참석했다. 그가 아주 재치있게 군수를 소개했다. "밤새도록 계산기를 두드려도 답을 찾지못한 외로운 남자, 이중근 군수님을 무대 위로 모십니다."

아주머니들이 많이 모이면 약간의 음담패설을 조미료로 올려놔야 피가 돈다. '코 큰 남자 도태환 버전'으로 웃음보를 터트린다. 현재 경산 자인에서 대추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도씨. 별일 없으면 아내가 꾸려가는 미용실 운전기사 노릇도 한다. 현재 대구시 달구벌 봉사단 진행부장인 그는 짭짤한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TBC 내고장만세, 경산자인단오제, 팔공산 단풍축제에선 대중가요 가사 바꿔 부르기로 상을 받았다.

그가 요절복통 에피소드 몇 커트를 알려준다.

"시상식 때 상품이 없어 외상으로 물건을 준 적도 있다. 경로우대 출연자가 본인소개 후 부를 곡명을 몰라 저한테 물어볼 때, 그리고 출연자에게 본인 소개를 했는데 가족소개를 해놓고 얼굴을 붉힐 때 정말 저도 어찌하오리까죠."



# 칠순잔치 전문 MC 이수진

목 말라도 소변 자주 볼까 물도 안마셔

칠순잔치에서는 눈치팔단은 기본이죠

"가수야 길어야 30분이지만 우린 짧아야 3시간입니다."

가수 겸 칠순전문MC 이수진씨(47). 선배 행사에 따라갔다가 덜미를 잡혀버린 그녀. 칠순잔치의 특성상 1~2시간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언감생심.

"원만한 진행을 위해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없고, 목이 말라도 소변 자주 볼까 두려워 물을 최대한 억제합니다."

가수면 노래만 부르고 가면 되지만 그녀는 챙겨야 될 게 많아 그럴 수 없다.

"칠순 잔치는 여느 행사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눈치팔단이 되어야 하고, 분위기에 초칠하는 친척이 있으면 기지를 발휘해 무마시켜야 된다. 아들·딸·며느리·사위·조카·손자까지 한 마음이 되게 만드는 게 사명이다."

그러려면 친인척 호칭은 물론, 칠순례 절차, 행신범절까지 반듯해야 된다.

"칠순잔치 사회자는 잘 하면 금방 입소문을 타고, 눈여겨 뒀다가 다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일요일 낮12시에 행사가 시작되면 그녀는 오전 9시부터 전투가 개시된다. 씻고, 머리 손보고, 화장하고, 새 한복으로 맵시를 낸다. 1시간 일찍 가서 장남 만나 가족관계를 파악한다. 1부에는 칠순 맞는 어른께 자식들이 인사드리고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버전의 헌주가도 불러준다. 2부도 무조건 놀자판으로 못간다. 그녀도 중간에 노래 두 곡을 부른다. 창부타령, 새타령, 태평가, 유지나의 '저하늘에 별을 찾아'와 '쓰리랑' 등 추억의 민요와 민요풍 가요를 1곡씩을 고른다.

"요즘 칠순 맞는 어른들 우리보다 더 신곡 트로트를 더 많이 압니다. 늙은이 취급 받는 게 싫다면서 민요를 멀리하는 분들이 많다. "

칠순잔치 눈물은 필수다.

"칠순 잔치에선 내빈이 두번 정도 눈물 쏙 빼도록 만들어야 된다."

자식이 부모를 업도록 하고, 그 타임을 이용해 이효정의 '우리 어머니'로 좌중의 눈물샘을 터트린다. 웃으면서 모두 눈시울을 붉힌다. 그녀도 반듯하고 정중하게 부모께 큰 절을 올리며 행사를 끝낸다. 그럼, 열에 아홉은 절값을 준다. "예전에는 대놓고 팁을 운운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팁은 주면 받고 안주면 안받는 거라고 본다."

행사 직후 몸은 천근만근 파김치. 그래도 행복해 하는 가족들 표정 생각하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 대학축제 전문 MC 이성원

행사요청 들어오면 대학정보부터 상세히

입담부터 애드리브·노래·춤까지 전천후

좌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드는 그의 무대 첫 필살기 멘트 하나.

"방금 박수 친 분은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안 친분은 대충 살든지 말든지…."

이성원씨(32). 흰색 패션 안경을 낀 그의 명함은 컬러풀하다. 빨강 스티치가 돋보이는 벨벳 재킷에 붉은 넥타이 차림의 명함용 사진. 메이크업까지 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그는 요즘 지역 대학축제 섭외 1위. 입담은 기본, 상황별 전광석화와 같은 애드리브(즉흥멘트), 성대모사는 물론, 노래와 춤까지 한 묶음으로 들고다니는 만능 엔터테이너 스타일의 MC. 98년 기독교 놀이 문화 협회의 입문으로 대학교의 동아리 행사였던 정신병동 행사를 시작하면서 MC인생이 시작된다.

"객석을 내편으로 못 만들면 패전MC죠. 그런데 객석이 호락호락 내편이 되겠나. 그러니 적절한 웃음이 시의적절하게 배치를 해줘야 성공적 행사가 된다."

비법은 뭔가. "행사 요청 대학에 대한 기본정보를 확실히 챙기는 것이다. 먼저 가서 학교 인기짱인 교수와 학생, 개교기념일, 모교출신의 유명인사 명단 등을 사전에 입수하면 5분 뒤엔 10%, 30분이면 50%, 1시간이 흐르면 모두 가족된다."

물론 대학축제라면 '남녀의 러브라인'이 중요하다. 관객이 올라오면 그는 이런 스타일의 질문을 자주 한다. "사귀는 사람이 혹시 있나요" "없어요" "아우! 그럼, 없는 비결이 뭐지? ㅋㅋ"

모 대학교의 가요제. 애인을 너무나 찾고 싶어하는 남학생을 보고 좋아하는 스타일 세가지를 얘기하게 했다. 가장 비슷한 여학생을 무대까지 나오게 하기 위해 상품권으로 유혹까지 한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여학생이 올라오면 객석은 금세 뒤집어진다. 그 다음 진행은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대학축제는 스케줄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MC의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

최고의 MC가 되기 위해서 노력은 필수다. 그는 운전할 때 음악방송보다 뉴스를 주로 듣는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반드시 봐야 한다. 그래야 순간 그런 장면이 나오면 또 하나의 연출을 할 수가 있고 공통 화제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종종 이런 멘트를 자주 날린다.

"대구에서 최고의 MC가 전국 최고의 MC입니다. 무뚝뚝한 대구 사람을 웃길 수 있으면 전국의 모든 사람을 웃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말 되네.


# 돌잔치 전문 MC 김석중

돌잔치에 '반말 진행'은 금기사항

돌잡이때 꼭 잠드는 아이 있는데 휴∼

의성 옥산면 출신 김석중씨(28).

초·중·고 학생회장 출신, 남다른 리더십으로 무장했다. 그를 MC계로 이끈 사람은 한 방송작가.

2002년 진실게임 출연을 위해 SBS 여의도 공개홀에 오디션을 갔을 때 그의 자질을 엿본 작가가 그에게 "MC해보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1옥타브를 넘어서는 휘파람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지금 스타킹 출연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생애 첫 무대는 3년전 구미시청 공무원 연수 행사. 그런데 박살이 났다. 준비해간 조크도 멘트도 생각한대로 되질 않았다. 그러나 참 다행히도 행사도중 참여해주신 국회의원의 바지가 벗겨져 모면할 수 있었다. 돌잔치 전문 MC로서는 2년 구력. 그런데 금~일요일 눈꼬 뜰새없이 바쁘다. 일년에 족히 120~150번 돌잔치에 참석한다.

돌잔치는 30여분만에 상황이 종료되지만 늘 입조심 해야 된다.

"밤무대·대학축제 MC들은 분위기를 튀도록 하기 위해 거의 반말투, 상대 비하 발언을 주무기로 삼는데, 이런 MC들 돌잔치에 왔다가 클레임이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은 편하게 젊은 여성들을 겨냥, '가시나 지랄하네…'라고 불쑥 내뱉었다가 어르신의 거센 반발에 봉착,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돌잔치의 주인공은 사실 아이를 낳은 어머니. MC 선정은 물론 행사장, 비용 지불까지 다 그녀의 몫이다. 행사 직전 어머니의 요구 조건을 디테일하게 안 챙기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돌잔치는 사실 아이 어머니를 위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들은 행사 준비 때문에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그래서 노래·춤·인사말 모두 시키지 말라고 하면 저는 반드시 시키지 않는다."

그의 돌잔치 필살기 멘트는 뭘까.

"자꾸 웃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준이만의 MC, 여러분을 위한 MC 김석중이다'라고 첫 인사를 한다. 객석을 위해 '지금 박수 쳐주신분은 IQ 140이다', 다시 한번, 박수 유도하고 함성이 나오면 '함성 주신분은 오늘 로또 사', 박수 안치고 무표정한 친척 있으면 '오늘은 준이를 위한 날인데 축하하러 와서 박수 안주시는데 행사 끝날 때까지 지켜보겠다' 등 좀 싱거운 멘트를 준다."

하이라이트는 돌잡이.

그런데 아이들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수습하는 데 애를 먹는다.

"아기의 돌잡이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기가 잡지를 않고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엄마는 울먹이며 억지로 만원짜리 쥐어준 날 저는 식은땀 한 바가지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