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 신춘 음악회를 다녀와서

  •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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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13 10:00
3월 12일 tbc 방송국에서 주최한 신춘 음악회를 보러 대구 오페라하우스에 갔었다.
푸치니, 베르디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노래한 성악가들의 멋진 목소리들. 그런 좋은 시간 내내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팸플릿에 적힌 17곡 중 우리 노래는 단 한곡. 그것도 맨 마지막에 관객과 함께 라며 적힌 김동진 곡의 ‘봄이 오면’이 전부였다.
우리의 봄을 우리의 노래를 들으면서 맞으면 안 되는 걸까?
세계적인 거장들의 노래들을 들어야 세계적인 봄을 맞을 수 있는 것일까?
진달래꽃, 봄처녀, 4월의 노래, 산유화, 보리피리, 봄 봄 봄, 내 마음의 강물 등등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 노래들인가. 우리네 노래를 들으면서 봄을 맞아도 충분할 텐데.
푸치니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들어야만 더 멋진, 더 격조 있고 품위 있는 봄을 맞을 수 있는 것일까?
김도휘 아나운서의 말이 내 안타까운 마음을 더 하게 했다.
“저도 솔직히 이 노래들의 가사를 전부 알아듣는 것은 아닙니다만 감동이...”
“영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로버츠가 전세기를 타고 파리로 날아가 생전 처음 오페라라는 것을 구경했는데 비록 언어는 달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통해 느껴지는 감동은....”
틀린 말은 아니다. 음악이 굳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로 알아들을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연주곡들만 있는 음악회가 아니라면 우리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그래서 그 감동이 몇 배 더 할 수 있는 우리 노래 몇 곡 정도는 들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장진영 아나운서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가 사람의 목소리라고....”
라는 말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맞아. 악기지.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 나와 소통할 수 없는 그저 소리일 뿐이라면 바이올린이나 첼로 소리와 다를 게 뭐가 있어. 그저 아름다운 소리일 뿐이지. 사람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이고. 하지만 그 소리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하지 않고 나와 소통하는 소리라면 더 없이 좋을 텐데....”
그런데 이게 뭔가? 아는 사람은 같이 부르자던 우리 노래 ‘봄이 오면’을 부르는 성악가들의 모습에서 한숨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그 어려운 다른 나라 노랫말들은 줄줄 외워 몇 곡씩 부르던 성악가들이 ‘봄이 오면’의 가사를 틀리고 무대 뒤 벽면, 관객을 위한 가사들을 힐끔 힐끔 훔쳐보는 모습이라니.
우리의 성악가들에게 조차 선택받지 못하고 즐겨 불려 지지 못하는 우리의 노래들.
하루 종일 클래식을 틀어주는 라디오에서도 몇 곡 들을 수 없는 우리 노래들.
열린 음악회에서 조차 성악가들은 세계적인 노래들만 선택하는 우리의 현실.
우리 가곡은 수업 시간에 음악 선생님들이나 부르는 노래일까? 음악 가창 수행평가를 위해 학생들에게나 불리는 노래는 아니지 않는가.
팍팍한 우리네 삶을 위로해 주기 위해 성악가들이 아름답고 힘찬 목소리로 ‘희망의 노래’ 정도는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은 나의 소망은 너무 분에 넘치는 것이었을까?
음악회의 설렘도 잠시
“어 이거 들어 봤는데... 이거 아는 건데. 근데 이거 가사가 무슨 내용이에요?”를 연발하던 아이. 왜 성악가들은 못 알아듣는 노래만 하냐며 졸린 눈으로 내 어깨에 기대는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꼭 잡아주며
“그래, 잠이 오면 자도 돼.”라고 말해 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