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외출

  • 김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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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29 23:13
해마다 새밑이 가까워 지면 학연, 지연,등 크고 작은 많은 모임들이 송년회를 한다.의식처럼 따라붙는 망년회는 늘 그 방법도 다른 해와 별반 달라진게 없다.고급 음식점을 예약해서 일년 중의 하루는 귀빈 대접받아가며 위가 놀라도록 많은 음식들을 먹어대는 일이다

오랫만에 먹어 보는 값진 재료의 음식이라 그렇고, 그냥 덜 먹고 오자니 음식값을 생각하면 일주일 찬 값이나 되는 돈이니 아까워서 또 먹고,이래 저래 먹기는 잘 먹었다 싶은데 점점 늘어나는 중부지역의 평수를 보면 또 짜증이 나고....비싼 돈을 들여가며 왕비 대접을 받았는데도 뒤 끝은 영 개운치가 않은 때가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특별한 이벤트의 송년회를 맞이해서 모두가 신이 났다.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허기진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고 노력하는 한 지인과의 인연으로 뮤지컬 맘마 미아를 관람하기로 했다.우리는 바다와 풍성한 해물과 바람을 사랑하는 포항의 아지매 여덟명으로 구성된 대동회라는 소모임이다. 티켓을 예약해 놓고 초등학교시절 소풍 날짜 기다리는 아이들 보다 더 흥분이 되어 공연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12월 6일 두대의 승용차로 계명아트홀로 향했다.모두들 예식장 갈때처럼 멋진 모습이다. 최고의 패션으로 화려한 외출에 걸맞게 차려 입었다.주말이어서 그런지 아트홀 로비는 거의 중년의 부부이거나 친구들로 삼삼오오 들뜬 표정들이다.

이미 영화를 통해 줄거리를 읽고 있는 친구도 있었고,공연 내내 귀에 익숙한 음악들로 인해 어깨를 들썩였지만 차마 일어나서 환호하는 일은 익숙하지 않음에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배우들의 혼신을 다하는 몸짓과 노래와 무대가 한데 어우러져 언제 두어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훌륭한 아트홀의 내부와 무대 양쪽 옆의 영어 자막은 외국인들을 위한 새심한 배려였다.중간 중간 귀에 익숙한 아바의 음악들에 우리들은 정말 20대로 돌아가 뜨거워지는 가슴으로 배우들과 한몸이 되어 갔다.

열정과 흥분과 같이 춤추고 싶은 충동이 일도록 즐겁다가 엔딩엔 잔잔한 감동까지 주었다. 지상최고의 결혼식에 우리는 멋진 초대손님에서,마지막에 함께 일어나 박수치며 노래부르는 순간 함께 배우가 되고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시골 아지매들의 정말 화려한 외출은 그 후로도 오래 오래 일상의 잔잔한 행복으로 남았다.
한가지 더 약속을 했다.매년 년말을 맞아 송년회때는 이렇게 멋진 뮤지컬을 관람하기로 하고,모임의 회비도 만원씩 더 추가해서 모으기로 했다.

문화 예술을 통해 더욱 성숙해진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들이 신선했고,참으로 아름다운 중년의 품위까지 얻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훌룽한 뮤지컬 맘마 미아를 즐길 수 있게 해준 TBC께 감사드린다.

포항에서 김옥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