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에서 생긴 일

  • 이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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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8-04 02:34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남해의 통영시 욕지도로 길을 떠났다.

대구를 떠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들 시야에는 바다가 펼쳐 저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버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달리니 푸른 바다와 갈매기는 우리 일행을 반겨 주었으며 어느 바닷가에 도착하였다. 내륙에 살던 사람들이라 저 마다 바다가 주는 이색 풍경에 정신이 없었으며 약속한 시간이 되어 타고 온 버스를 찾으니 이런 변고가 있나? 버스가 갯벌에 빠져 도저히 자기 힘으로는 헤쳐 나올 수 없어 모두들 버스에 달라붙어 밀어 보지만 헛바퀴에 흙이 튀어 옷만 버렸다. 이곳이 섬이라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며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행 중 한사람이 112로 신고를 하니 경찰관이 도착하였으나 수렁에 빠진 버스를 끌어 오릴 방법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가니 우리 일행은 더욱 초조하기 시작했고 안타까워 발만 동 동 구르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길만 줄 뿐 모두들 자기 시간 때문인지 무관심인지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이때 고희를 넘긴 할아버지 한분이 길을 지나가다 이 모습을 보고 사고 현장에 오셨다. 구세주가 온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이 실오라기라도 잡는 다는 말처럼 그 분을 주시하고 있는데 어느 곳인가 전화를 하더니 이 섬에 있는 중장비가 한대 있는데 기사가 부재중이라는 답변을 했다. 일 전에도 이곳에서 유사한 사고가 있었는데 한번 수렁에 빠진 버스는 중장비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씀 하시며 이번에는 통영에 있는 자기 아들에게 전화를 하여 중장비 기사를 찾아 함께 사고 현장으로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낮선 바닷가에서 불안과 초조가 엄습해 왔다. 서산에 기울어진 해가 더욱 마음을 어둡게 할 무렵 우리들 시야에 포클레인 나타났으며 그 덕에 버스를 끌어 올릴 수 있었는데 버스가 수렁에서 올라오는 순간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 박수는 중장비 기사에게도 고맙겠지만 중후한 노신사 그분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이 되어 돌아 온 박수가 아닐까?

모두들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버스에 올랐으며 정중하게 감사의 말을 전 할 틈도 없이 중장비 일행과 노신사는 자리를 뜨고 말았다.
아뿔싸! 하고 옆에 있던 경찰관에게 그 분을 아느냐고 했더니 전직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하셨으며 이 지역에서는 덕망이 높은 분으로 칭송을 받는다고 일러 주었는데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지 못하고 욕지도를 벗어난 게 후회가 되었다.

경찰관이 해결 하지 못한 일을 자기 일인 양 많은 시간을 들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노 교장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요즈음 세상을 각박하다고 말 하지만 아직도 이 세상 한곳에 따뜻함이 있으며 우리 일행 중 한사람이 현직 교장으로 재직 중인데 그 분이 오는 8월 3일경에 가족과 함께 욕지도를 다시 찾아 좋은 일을 하신 노 교장 선생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가슴에 와 닿는 그 무엇이 생각을 더하게 하였다.